돈키호테를 데리고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산양치기가 들려준 이야기
* 산양치기 : 제 이름은 에우헤니오입니다. 저희 마을에 덕이 있는 부자 농부의 외동딸 레안드라를 좋아했는데요 그녀는 아름답다고 이웃마을에까지 소문이 나 있을 정도라 청혼 경쟁자가 많았습니다. 레안드라의 아버지가 최종적으로 저와 안셀모라는 젊은이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을 때, 비센테 데 라 로사라는 청년이 나타났어요.
그는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으로 집이 가난해서 군인이 되었고 12년이 지나 지금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시와 기타도 조금씩은 할 줄 알고, 옷을 잘 차려입어서 눈에 띄는 사람입니다. 옷은 3벌이지만 색깔이 다 다르고 여러 종류의 장신구, 양말, 대님을 이용해 옷을 매일 다르게 연출해서 입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옷이 스무 벌 이상으로 보여요. 자기가 겪은 전투와 무훈을 부풀려서 이야기도 잘해서 저희 같은 시골 사람들이 듣기에 굉장하게 느껴지더군요. 시간이 지나자 그 사람은 점점 거만해졌습니다.
문제는 그의 외모와 소문 때문에 레안드라가 그를 먼저 좋아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어찌 된 일인지 집에 있는 돈과 보석을 들고 그를 따라 가출까지 했어요. 슬픔에 빠진 아버지는 딸을 찾으려고 경찰을 동원해 온 마을을 다 뒤졌는데 4일 뒤 산속 동굴에서 찾았습니다. 레안드라 말에 따르면 비센테 데 라 로사가 자기를 속였으며 나폴리에 가서 같이 살자고 했기 때문에 그를 따라갔는데 자기를 동굴에 가두고는 돈만 빼앗아 가버렸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녀가 가출했다는 것도, 동굴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도 놀라움이었지만 정조는 무사하다는 말에 제일 놀랐습니다.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수도원에 가두어버렸고, 저와 안셀모뿐만이 아니라 레안드라를 흠모했던 많은 청년들이 상처와 실망감으로 산에 들어와 산양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안셀모는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노래를 부르고 다니지만, 저는 그녀의 경박함, 무절제, 이중성, 배신, 경솔함을 탓하며 욕하고 있는 중입니다.
>> 외모에 홀린 건 레안드라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에우헤니오나 다른 청혼 경쟁자들도 레안드라의 아름다움과 부모의 재력에 반한게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할 수 있다면 에우헤니오를 대단하다고 해줄 수 있지만 다른 남자 한 명 만났다고 돌아설 정도면 깊은 사랑도 아니었던 거다. 결혼하고나서도 두고두고 생각이 떠오를 거라면 빨리 그녀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길.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솔로몬)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