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회원이 기사 소설과 그의 지혜에 합당한 다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
* 교단 회원 : 저도 기사소설에 매력을 느껴 1백 장정도 써봤습니다만, 내 직업과 안 어울리기도 하고 글을 제대로 평가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그만뒀습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연극을 보면 더 글을 쓰고 싶지 않아요. 대중들이 재미있어하고 훌륭하다 칭찬하는 극들을 봤지만 모두 엉터리였습니다. 작가들은 작품성보다 잘 팔리는 극을 씁니다. 예술의 법칙을 지켜봐야 안 팔리니 배만 고픈 게 현실이기도 하고요
* 신부님 : 저도 교단 회원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글의 규칙성은 무시한 문체와 엉터리 기적들, 출처가 의심스러운 사건들, 음탕한 내용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역사를 무시하는 일입니다. 이런 대중극을 허용하는 이유가 국민을 즐겁게 하는 건전한 오락이며 이따금 할 일이 없어서 갖게 되곤 하는 나쁜 기분을 다른 데로 돌려 전환시(730p.)키려는 목적이라고 한다면 그건 변명일 뿐입니다. 좋은 극이란 그 극을 보는 사람이 아무리 거칠고 무디더라도 마음속에 이러한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731p.) 물론 좋은 극이 상영되지 못하는 이유가 작가들만의 탓은 아닙니다. 예술성이 높아도 팔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극단주와 대중들의 취향에 맞춰야 살 수 있으니 완성도가 낮아진 거지요. 작품 내용이 어떤 왕이나 가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일 경우 배우들은 연극이 끝난 후 벌을 받을까 두려워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전검열을 해서, 왕궁의 허가 없는 공연은 상연 금지시키고 작가와 배우들이 조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만들어지겠지요. 대중들은 훌륭한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작가들의 평판도 좋아지며 배우들의 수입과 안전이 보장되고 불온 작품 처벌하는 수고도 없어질 것입니다.
>> 지나친 역사왜곡이나 상대방의 품위에 손상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면 즐거움을 주는 대중극도 필요한데 신부님의 고매한 욕구를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지는 않다. 즐거움을 어디서 느끼느냐의 차이일 듯한데 수준 높은 작품과 흥미위주의 대중극 등 다양하게 접하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아쉬운 대목이다. 형식이 내용을 완성시키는 만큼 글쓰기의 규칙도 물론 중요하다. 유려한 문체에 진리를 추구하고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교훈과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깨달음도 주면서 그 작품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느껴 감동을 받으려면 아주 소수의 작가님들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실력이 어정쩡한 작가와 배우들은 일자리를 잃어 대규모 집회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고, 부당한 사전검열은 괜한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보다는 모든 백성들의 지식수준을 높이는 교육정책으로 범인凡人들의 예술감상능력을 높여 저절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추구하도록 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군요. 국왕 전하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교단 회원은 신부님과의 이야기도 즐겁고, 돈키호테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으며,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잠시 쉬어 가자고 권했다. 그는 하인들에게 근처 객줏집에 가서 음식을 가져오도록 심부름을 보냈다. 이때를 틈타 산초는 돈키호테에게 다가갔다.
* 산초 : 나리, 자세히 좀 보십시오. 저기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은 나리의 친구 신부님과 이발사예요. 저분들은 나리가 무훈을 세워 더 유명해질까 봐 질투 나서 우리에 가둬 데리고 가는 것 같습니다요. 나리는 마법에 걸린 게 아닙니다요.
* 돈키호테 : 산초, 이건 최신 유행하는 마법으로 저들은 우리 마을 신부님과 이발사로 둔갑시켜 자네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저들이 무슨 힘이 있어 나를 이 우리에 가둘 수 있겠나? 저들이 신부님과 이발사라면 나는 아랍인이야. 그나저나 나 지금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어쩌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