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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드 Oct 18. 2022

쉽게 읽는 돈키호테 1-46

성스러운 형제단 관리들의 대단한 모험과 돈키호테가 한 위대한 폭언에 대해

* 신부님 : 관리님들, 선처 부탁드립니다. 돈키호테의 말과 행동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정신이 아닙니다. 체포해서 데려가셔도 미쳤다는 이유로 금방 풀려날 것이고 어차피 고분고분 따라가지도 않을 겁니다. 


* 관리들 : 그건 내 소관이 아니오. 우리는 그저 명령대로 할 뿐이오. 체포하기만 하면 그다음엔 3백 번을 풀어줘도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신부님의 간절한 설득과 돈키호테의 미친 연기력으로 관리들은 돈키호테를 포기했다. 대신 관리 직분에 맞게 억울한 이발사와 산초 판사를 일을 해결했기에 관리들은 만족했다. 길마는 교환하되 말의 뱃대끈과 껑거리끈은 그대로 두기로 합의했고, 맘브리노 투구는 신부가 돈키호테 몰래 억울한 이발사에게 대야값을 주어서 마무리지었다. 


객줏집 주인이 망가진 가죽 부대와 포도주 값을 달라고 따지자 신부님이 진정시켰고 돈 페르난도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최종적으로 평온해졌다. 투숙객들은 모두 신부님의 선의와 뛰어난 달변, 그리고 돈 페르난도의 비할 데 없는 관대함(703p.)에 감사해했다.


>> 돈 페르난도는 처음과 달리 점점 호감가는 인물로 바뀐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자유분방함을 그대로 누리며 살다가 바른 조언을 듣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입체적 인물로 작품 중 가장 변화가 많아 재미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친구의 애인을 빼앗으려 했고, 자기에게 정절을 바친 여인을 버렸지만 뉘우치고 점잖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돈키호테의 숙박비와 빚도 다 갚아주었으며, 가출 소년 돈 루이스 도련님까지 보살펴주다니 알고 보니 괜찮은 분이잖아?



미코미콘 왕국을 구하러 가는 계획은 취소하고, 이틀 뒤 모두들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대신 돈키호테를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신부님과 이발사의 연극에 다들 협조하기로 했다. 우선 통나무로 우리 비슷한 것을 만들어 마을의 소몰이꾼과 합의하에 소달구지 위에 얹었다. 객줏집의 모든 투숙객은 신부의 지시에 따라 변장을 했고, 잠자는 돈키호테의 손발을 꽁꽁 묶어 수레에 실었는데, 잠에서 깬 돈키호테는 자신이 또 마법에 걸렸다고 상상했다. 산초는 변장을 다 알아챘지만 연극의 결말이 궁금해서 잠자코 있었다.


* 변장한 이발사 니콜라스 : 슬픈 몰골의 기사여! 나는 예언자요. 그대의 모험을 빨리 끝내려면 이렇게 갇혀있어야 하오. 이번 모험은 라만차의 노기에 찬 얼룩 사자와 토보소의 흰 비둘기가 결혼하면 끝날 것인데, 앞으로 태어날 새끼들은 용감한 아버지의 독 오른 발톱을 닮을 것이오. 종자는 용맹한 기사를 따라가면 급료를 받을 수 있으니 같이 가는 게 좋을 거요. 할 말 다했으니 나는 이만 가오. 안녕히들 가시오.


* 돈키호테 : 뉘신지 모르겠지만 예언자여 고맙습니다. 내가 이 감옥에서 죽는 건 아니구려. 내가 둘시네아 델 토보소와 결혼하고 자식까지 놓는다니 이 감옥의 고통은 영광이요, 묶인 손발은 위안이며, 딱딱한 침상도 행복한 신방입니다. 나의 종자에게 약속한 섬을 못 주게 되어 안타깝지만 급료는 줄 수 있다 하니 다행입니다.


>>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더니 수레 안에 갇혔지만 잘될 거라는 희망이 보이자 돈키호테는 금세 기운을 차렸다. 일을 해보면 끝을 알고 있을 때 견디는 힘이 더 세지는 것 같다. 지금의 힘듦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때 막막함과 답답함에 짜증이 더 많이 났던 경험이 있다. 종료 시간을 예상할 수 있으면 조금만 참자, 곧 마무리 되잖아, 얼마 안 남았어라고 나도 타인도 다독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신부님은 이번 작전을 아주 잘 짰다. 결말도 해피엔딩이고. 예언 덕분에 돈키호테는 수레 안에서 아주 얌전히 있을 것 같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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