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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길 Mar 01. 2021

학년말, 학년 초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날짜를 세는 하루라는 단위는 자정에서 다음 날 자정까지의 24시간을 뜻한다. 이런 하루들이 모여 달이 되고 또다시 12번의 달들이 모이면 해가 된다. 무수히 많은 해가 어김없이 그랬다. 달이 열두 번 차고 이지러져 한 해가 되었고, 지구가 태양을 꼬박 한 바퀴 돌아 다시 처음으로 왔다. 새로운 해를 다시 맞이했다.

새해가 시작된 지 꽤 지났지만 새롭다는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새로운 느낌이 없는 이유는 내가 해보다는 학년에 더 맞춰진 사람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학년은 해와 길이가 같지만, 시작은 달라 3월이 되어야 새로움을 뜻하는 '새'자를 앞에 쓸 수 있다. 해는 바뀌었지만, 학교는 아직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지 않았다.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학년말은 마무리로 분주하다. 수업과 평가, 학생생활기록부, 각종 업무에 대한 마무리가 계속 이어진다. 교사들은 학년말 방학이라는 기간에 ‘조금 편히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주변의 시선도 있지만, 사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함께했던 일 년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마지막 매듭을 어떻게 예쁘게 묶을까 고민하며 치열히 보낸다. 그리고 그 매듭을 예쁘게 묶고 나면, 또다시 시작할 새로운 학년을 준비한다.

학년말과 학년 초로 이어지는 이 시기가 되면 유독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인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인데 학년말과 학년 초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지난 온 과거와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이기에, 학교라는 공간과 학년이라는 시간과도 잘 들어맞는다. 그래서 요즘 졸업식 행사에서도 많이 불리고 있다. 특히, 이 노래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노랫말을 통해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끝과 시작의 이어짐을 말하고 있다. 내가 학년말과 학년 초에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 결정적 이유이다.

학교도 똑같이 지난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돌이켜보면 완벽했던 적은 없었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디딤돌 삼아 변하고 노력하며 한 학년을 보내왔다. 코로나와 같이했던 한 학년도 모든 것이 새로웠고 많이 미숙했지만 지나와 보니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었다.


또한, 새로운 시작의 준비는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시작은 어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년의 준비도 지난 학년을 기억하며 시작한다. 코로나로 처음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기억하며 부족하고 아쉬웠던 것들을 채울 수 있도록. 그리고 1월에 시작하는 남들보다 조금은 느리게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며, 3월의 새로움을 맞이한다.

쌓여있던 눈이 녹아 봄이 오고, 하얀 매화가 활짝 필 때쯤이면 어김없이 새 학년이 시작되곤 했다. 2월의 마지막 날 동네를 걷다 발견한 하얀 매화는 새 학년이 왔음을 알려주었고, 다시 들은 <걱정 말아요, 그대>의 마지막 노랫말은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였다.

학년말 학교 정문에서
활짝 핀 하얀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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