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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병 걸리면 나몰라라?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총정리

과로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법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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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wis Hine, 1920, Power house mechanic working on steam pump.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Ⅰ. 업무상 질병이란 무엇일까?

"질병에도 ‘업무상 사고’와 유사한 보호가 적용될까?"


업무 중 발생하는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다양한 질병도 직장에서의 업무와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업무상 질병]이라고 부르는데,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 유해물질 노출 등으로 인해 발생 또는 악화된 질환을 말합니다. 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유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되어 발병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2차적으로 발생·악화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명확한 질병

이처럼 질병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여, 실무에서는 (1)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병 발병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2) 유해물질에 노출된 업무환경에서 병이 생겼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됩니다.


Ⅱ. 사고성 질병 vs. 직업성 질병

"갑작스러운 발병과 오랜 기간 쌓인 질병 사이의 구분"


업무상 질병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1] 사고성 질병
 일시적·돌발적 사건(사고 등)에 의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발병하는 질병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들다 허리를 심하게 다치고, 그 결과 디스크가 악화되어 추가적인 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사고와 질병 사이의 [시간적·장소적 특정]이 뚜렷하여, 통상 ‘업무수행성’ 판단이 비교적 쉽습니다.

[2] 직업성 질병
 대체로 장기간 노출로 인해 발생합니다. 유해물질(예: 벤젠, 석면, 유기용제 등)을 오랜 기간 다루면서 생긴 암, 천식, 호흡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이 대표적이죠. 직업성 질병은 원인이 누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발병 시점을 업무와 직접 연결짓기가 까다롭습니다. 따라서 법령에서는 미리 질병 목록(예: ‘업무상 질병’ 별표)을 정해 두어, 해당 질병이 업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 [업무기인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Ⅲ. 업무상 질병과 ‘업무기인성’

"과연 얼마나 ‘업무 때문에’ 생긴 질병인가?"


업무기인성이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살피는 법률상의 개념입니다. 특히 과로나 스트레스와 같은 추상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뇌혈관·심장질환’이나 ‘정신질환’의 경우, 업무기인성을 따지는 과정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업무와 상당인과관계의 핵심

 [업무수행 중 또는 직후 발병]했다고 해서 무조건 업무상 질병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질병에 이미 기초질환(예: 고혈압, 당뇨, 만성 간염 등)이 있었던 경우라도, 업무가 그 질환을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볼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13두24860 판결 등).
 그 반대로, 질병이 평소에 전혀 없던 건강한 상태였어도, 과중한 업무나 위험한 작업환경이 발병에 명백히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사용자 측에서 입증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의 의미
 일반적으로 [과로]는 개인의 체력 한계를 넘어서는 업무가 반복적으로 주어져 피로가 누적된 상태를 말합니다. [업무상 스트레스]는 “직업적 요구와 근로자 능력이 맞지 않아 신체·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법원 판례를 보면, 뇌·심장질환처럼 일시적으로 혈압을 치솟게 할 수 있는 병에서 과로나 스트레스는 주요 발병원인이 되곤 합니다(대법원 2009두58 판결).


Ⅳ. 과로와 질병 사이의 대표 사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정되는가?"   


뇌혈관·심장질환
 장시간 근무,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생활리듬 붕괴, 잦은 야근 등으로 인해
 (1) 뇌출혈(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2) 뇌경색, (3) 급성심근경색증, (4) 심장마비 등이 촉발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평소 고혈압이 있던 택시기사가 사납금을 채우려 장시간 무리해서 운행하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 [“고혈압 증세를 자연적 속도 이상으로 악화한 업무요인이 있었다”고 볼 만한지]가 열쇠가 됩니다(대법원 2003두8145 판결).
 반면, 업무 자체가 통상의 업무량이나 강도에 비해 특별히 과도하지 않은데, 개인 체질·과거 병력 때문에 발생한 고혈압성 질환이라면 인정이 쉽지 않습니다(대법원 2002두7725 판결).


근골격계 질환
 반복·무리한 동작이나 진동 작업 등으로 허리·목·어깨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령상 근골격계 질병은 일명 ‘VDT 증후군’(컴퓨터 화면 작업), 공장 단순 반복작업, 무거운 물건 운반 업무 등에서 잘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택배나 배달 노동자, 장시간 운전기사들에게서 특히 주목되는 영역입니다.


직업성 암
 석면 노출로 인한 중피종(腫), 벤젠 노출로 인한 백혈병, 니켈·6가 크롬 등과 관련된 폐암, 석탄분진이나 고열·분진 환경에서의 폐암 등 다양한 직업성 암이 법령 별표에 열거됩니다.
 직업성 암은 통상 <해당 유해물질에 일정 기간 노출된 경력>과 <과학적·의학적으로 암 발병을 촉진할 소인>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14두24214 판결 등).
 예를 들어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되어 장기간 근무하다 백혈병이 생긴 경우, 역학적 연구결과와 회사 측 자료(작업환경측정 결과 등)를 통해 업무기인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흡연·음주 등 다른 요인도 함께 검토됩니다.


정신질환
 업무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장애, 공황장애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폭언·폭력에 시달리는 고객 응대 업무나, 극도로 위험한 상황을 목격해야 하는 업무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돼 심각한 우울증이 생길 수 있죠.
 다만, 정신질환은 여러 요인이 중첩되기 쉬워 ‘업무 때문에 생긴 것’임을 입증해야 하므로 까다로운 편입니다. 유전적 소인·가정사·기존 정신병력 등 업무 외적 요인이 크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대법원 2008두2029 판결). 반면, 업무 관련 외상(사고) 이후 나타난 기질성 정신장애, 또는 만성 직업병 치료 과정 중 생긴 정신분열증 등은 폭넓게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93누9392 판결).


Ⅴ. 인과관계 증명책임과 ‘개연성 이론’

"의학적으로 100% 밝혀지지 않아도 된다"   


증명의 난관과 완화
 업무상 사고는 비교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만, 질병은 다양한 원인(개인 병력, 환경, 업무 등)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복잡성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으며, 합리적 추론(개연성)으로 판단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합니다(대법원 2004두12530 판결).
 역학조사나 간접사실(예: 작업장에 특정 발암물질이 존재, 해당 작업장 노동자들 사이 유사 질병 발병률 상승 등)을 통해 업무기인성이 꽤 높은 것으로 보이면 법원은 재해근로자(또는 유족)에게 유리하게 판단하기도 합니다.


증명책임의 전환 논의

 ‘증거자료를 사업주가 독점’하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부 판례에서는 <사업주 측이 작업환경 자료나 위험물질 노출 정도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경우,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사업주에게 불리한 추정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10다55866 판결 등 참조).
 실무에서도 근로복지공단·법원이 직접 사업장에 대해 작업환경측정을 요구하거나, 유족이나 근로자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입증을 보완합니다.


Ⅵ. 주요 질환별 판단 기준

"법령 시행령 별표(‘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

법령에 따르면,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호흡기계·피부·신경정신계 질환>, <직업성 암>, <급성중독>, <기타 물리적 요인에 의한 질환> 등에 관해 구체적인 인정기준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심혈관 질환]   

발병 전 단기간(1주 이내) 업무량·책임·야근이 급증한 경우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시간 외 노동이 과도했던 경우(주 60시간 이상 등)

돌발적인 긴장·흥분 상황에 노출된 직후

 이 같은 사정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근골격계 질환]   

장시간 반복 작업, 무리한 힘을 쓰는 작업, 특정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등

기왕 질환(디스크, 건염 등) 악화 여부

연령 대비 자연적 진행 정도 이상으로 질환이 나빠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직업성 암]   

유해물질(예: 벤젠, 6가 크롬, 석면, 포름알데히드 등) 노출 기간, 농도

흡연·음주·가족력·생활습관, 다른 환경요인

동종 업종 내 과도한 발병률

 등을 함께 검토합니다.


[감염성 질환]   

의료기관, 실험실 근무자 등 병원체 직접 취급 업무 중 감염

습지, 야외에서 쯔쯔가무시, 신증후군출혈열 노출

 등은 비교적 인정 범위가 명료합니다.


Ⅶ. 결론 및 시사점

"얼마나 충분히 업무와 연관되어 있느냐가 관건"


 업무상 질병은 단순히 질병의 종류나 발병 시점만으로 끝나지 않고, <질병과 업무, 질병과 기왕 병력, 질병과 기타 생활습관> 간의 종합적인 인과관계를 평가해 결정됩니다.
 노동 환경이 복잡해지고, 과로·스트레스 문제가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업무상 질병’ 여부를 둘러싼 법률 분쟁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 해도, 업무와의 연관성이 합리적 수준으로 인정된다면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 조건, 노출 환경, 과로 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 산업안전 대책, 근로자 건강검진 및 정보 공개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인과관계가 모호한 만성 간질환·암·정신질환에서도 “업무상 과로나 유해물질 노출로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의학적 근거”가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산재법 주석서 집필대표 권창영, 제37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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