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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Apr 09. 2022

나의 봄에게

월요일 나에게는  난 한 다발을

화요일 나에게는  호박떡 한팩을

수요일에게 나에게는  그림책 두 권을

사서 내밀었더니

움츠려 들었던 내가 처음엔 쭈뼛쭈뼛 손 내미는 것을 부끄러워하다 수요일엔 함박웃음 머금고 고맙다고 했다.

여러 가지 수업을 열심히 들을수록 자꾸 부족함이 보여

점 점 구석자리로 옮겼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보이고, 공부를 하는데

 성적은 안 오르고 제자리걸음 같아

아예 공부하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부하고 성적이 안 나오는 건 왠지 안 부끄러운데 공부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오면 더 자존심이 상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학원만 열심히 다니고 정작 내 공부는 안 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자신감 상승 주로 정하고 월요일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시장으로 뛰쳐나가 내가 사고 싶었던 몬스테라 두 개와 커다란 난을 떨이로 사 왔다. 그리고 거실 한 귀퉁이 놓아두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주에는 돼지 책방 사장님께 저에게 주는 선물 하나만 포장해달라고 부탁드리니 좋은 옛이야기 강의도 권해주시고, 책을 곱게 포장해 놓으시고 손편지도 써주셨다.  강의도 듣고 선물 받은 포장을 안고 집으로 오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아파트 화단에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핀걸 올해 처음 봤다. 쓰레기통이 화분으로 보이는 환각까지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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