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yden Apr 13. 2024

[청량리역 수인분당선] 왕십리 가야하는데 차가 안와..

하루에 9대 오고 가는 역과 열차가 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학교는 청량리역 근처에 있고, 집은 수서역 근처에 있어서 수인분당선을 이용한다.


때마침 청량리 출발 수인분당선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플랫폼에 섰다.


평일 기준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수인분당선은 9회인데, 평일 기준 왕십리에서 출발하는 수인분당선이 124회니까, 청량리에서 수인분당선을 보는 것이 귀한 일이다.(9/124 = 7.26%)


청량리행, 청량리발(출발) 열차는 평일 9회다.


귀한 청량리역 수인분당선 플랫폼에 들어서니, 할머니 세 분이서 이야기하시는 게 내 귀에 들렸다.


뭘 하길래 30분째 차가 안 와..?

철도덕후(철도를 좋아하는 사람)이자 사람 돕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할머니들을 절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심히 옆으로 다가가서 할머니들께 여쭤보았다.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할머니들께서는 ‘왕십리역’까지 간다고 하셨다.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래서 30분 동안 기다리셨구나.. “


청량리역에서 왕십리역은 한 정거장이지만, 체감상 한 정거장보다는 멀게 느껴진다. 실제로 거리도 꽤 길다. 거리도 거리지만, 이 두 역을 길게 만드는 것은 이곳을 지나는 열차가 바로..

수인분당선 / 경의중앙선

이기 때문이다. 이 두 열차는 배차 간격이 일반 지하철 (1, 2, 3, 4... 호선) 들에 비해 긴 편에 속하는 열차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배차 간격이 언청 길지는 않지만, 출퇴근 시간이 아닐 때는 배차간격이 굉장히 길어진다. (심할 경우, 20분)

낮 시간의 배차 간격은 살벌하다.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댓글  !

그리고, 청량리역에서 왕십리역으로 가는 수인분당선은 평일 기준 9회이기에 배차간격이 보통 1~2시간이다.


그래서 청량리역에서 왕십리역으로 가는 많은 승객들은 ‘경의중앙선’을 이용한다.


그런데, 할머니들께서는 잘 없는 ‘청량리발 수인분당선’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플랫폼에 서 계시는 동안 뒤로는 이미 왕십리 방면으로 가는 경의중앙선 1-2편이 지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친절히, 또 너무 과하지 않게 왜 열차가 늦게 오는지 설명을 드렸고, 때마침 열차가 곧 도착한다고 말씀드렸다.


여기서 출발하는 열차가 자주 오지 않아서, 오래 기다리신 거예요. 때마침 열차가 들어오니, 이거 타고 한 정거장만 가시면 돼요.


다음에도 청량리역에서 왕십리역을 가신다면, 건너편에 있는 옥색 ‘경의중앙선’을 이용하시면 더 빨리

가실 거라고 안내를 드렸다.


그리고, 열차를 타려고 하니, 열차가 도착을 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이미 도착을 해 있었다.


수인분당선은 6량인데, 플랫폼은 10량이라 안쪽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열차가 왔는지 몰랐던 것이다.


다시 할머니들께 달려가서, 이미 열차가 도착했으니, 이쪽으로 오셔서 타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들께서는 또 초면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네 분들께 나의 말을 전하셨다.


아요! 요~서 타야 한답니다. 퍼뜩 오이소~

그렇게 나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모두 귀한 청량리 출발 수인분당선을 타고, 청량리역을 빠져나왔다.


할머니들께서는 젊은 총각이 안 알려줬으면 하염없이 기다릴 뻔했다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경상도 사투리로..


나의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오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그리고 나의 지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문득, 오늘날의 많은 교통 정보들은 ‘교통약자‘에게 얼마나 ‘친절’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청량리역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1. 여기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곳이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주시기 바랍니다.


2. 열차가 드물게 운행하는 승강장입니다. 시간표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초행길이고, 노약자분들께 이 정보는 너무도 작다. 아무리 정보가 제공되었다고 해도, 이것은 일방적인 소통방식이다.


지식(정보+노하우)을 갖춘 사람에게는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에게는 이게 무슨 말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 양방향 소통‘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기는 열차가 자주 안 온다는 거예요?”

“그럼 저는 어디로 가서 열차를 타야 합니까? “

이런 질문을 던져 얻고자 하는 답을 얻어야 한다.


우리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자.

처음 보는 개념을 정의된 글을 읽는다고 해서 온전히 나의 지식이 되지 않지 않은가? 교수자의 강의를 통해, 누군가의 설명과 예시를 통해, 그리고 질문과 시험을 통해 나의 지식이 된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이 아닌 이상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라고 생각한다.


’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의 관점이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하기’를 했으면 하는 것이다.


나도 이 글을 쓸 때, 수인분당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풀어쓴다고 했지만서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앞으로 쓰고 싶은 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청자들의 관점을 고려한 글이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글의 일부가 이해가 가지 않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꼭 댓글을 남겨주시길 부탁드린다.


왜냐하면, 나도 인지를 해야 하고, 이 글의 방향과 주제에 맞지 않아 하지 못한 말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꼭 댓글로 피드백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04.13. 수인분당선 열차 안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