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yden Apr 20. 2024

[수서행 3호선] 뭐야 이거 오금까지 가는 거 아니야?

지금 수서, 수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Feat. 수서차량기지)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트럼펫 연습을 하다가 집에 가는 날이었다. 오후 9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남부터미널역 3호선 플랫폼에서 하행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지하철 하행선 진입음이 들려오고, 열차가 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참고로, 지하철 상행선과 하행선의 진입음이 다른데, 하행선은 트럼펫 소리이다.)


지금 수서, 수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The train for Suseo is approaching.


때마침, 수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수서행 열차를 좋아하는 편이라 기분이 좋았다. 내가 수서행 열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내리는 역이 수서역이기 때문이다. 일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갈 때면, 가끔 잘 때가 있는데, 수서행 열차를 타면, 자도 역을 지나칠 걱정이 없어서 마음에 든다.


나에게 수서행 열차가 좋은 기분을 주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① 종점 도착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② 안내 계기판에 수서행이라고 찍히니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든다는 것


하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수서행 열차를 싫어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금역'까지 가지 않기 때문인데, '가락시장역'에서 8호선을 환승하는 승객이나 '경찰병원역', '오금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수서역에서 내린 후,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가 다시 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수서행인지 모르고 탄 사람 입장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우르르 다 내리고, 안내방송으로는 '모두 하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심지어 불이 꺼진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사람은 아마 굉장히 당황스럼 직 할 것이다.


실제로, 수서행 열차에서 내리면서, 오금행 열차가 아님을 알고, 탄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트럼펫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그날도 그랬다.



뭐야... 이거 오금까지 가는 거 아니야?



이런 경험이 자주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가 타면 되겠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 있는 사람들은 왜 열차가 목적지까지 안 가는지 이해를 못 하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날도 친절히 안내해 드렸다. 그분은 가락시장역에서 8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고 하셔서, 다음에 들어오는 ‘오금행’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 더 가서 환승하시면 된다고 알려드렸다.


3호선에서는 역이 종점까지 가지 않아 당황한 분들을 본 적이 자주 없는데, 1호선은 유독 심한 것 같다. 1호선은 경기도, 서울, 인천을 잇는 열차이다 보니, 한 번에 모든 노선을 가는 열차가 없다. 그래서 원하는 행선지까지 안 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1호선은 길어서 그렇다 치고, 3호선의 일부 열차는 왜 오금까지 안 가고, 수서까지만 가는 열차가 있는 것일까?


3호선에서 일 평균 승하차 인구가 가장 많은 '고속터미널역'을 기준으로 오후 22시 40분경부터 수서행 열차를 자주 볼 수 있다.


고속터미널역 기준, 오후 10시 40분경부터 수서행 열차를 자주 볼 수 있다.


(오전 6시경) 사진을 자세히 보면, 유리창에 주황색 띠가 보이는데, 수서역에서 발차를 기다리고 있는 열차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영업(운행)을 마친 열차가 잠을 자러, 차량기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수서역 근처에는 '서울교통공사 수서차량기지'가 있다. 수서역 인근에서 탄천 쪽으로 가다 보면 볼 수가 있는데,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다. 철덕인 나는 여기에 가면 눈이 동글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3호선 신차도 볼 수 있다. 나는 10량의 열차가 일렬로 정렬되어 있을 때,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지하철 영업(운행) 시간이 끝나면, 대부분의 열차들은 차량기지로 향하고, 일부 열차들은 다음 날 출발역에서 잠을 잔다. 그래서 영업시간이 끝나가는 오후 22시 40분경부터 일부 열차는 수서로 들어가고, 일부 열차는 오금까지 갔다가 다시 상행선 열차로 운행을 하다가 지축차량기지로 가거나 다음 날 출발역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막차 시간에 가까운 열차들은 오금까지 갔다가 수서행 차량기지로 입고된다.


그래서, 3호선의 하행선 막차는 '도곡행'이고, 3호선 상행선 첫차는 '도곡발 대화행'열차이다.

반대로, 상행선 막차는 '압구정행' 열차이고, 하행선 첫차는 '압구정발 오금행'열차다.


왼쪽: 3호선 하행선 막차 / 오른쪽: 3호선 상행선 첫차




혹시, 차량기지 사진을 보고 나처럼 심장이 뛰는 사람들을 위해서 줄 선물이 있다. 바로 차량기지에 방문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차량기지사업소마다 견학이 가능하다. 수서를 포함해 총 11개의 차량기지를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견학 가능한 날짜가 평일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수서역까지 밖에 안 가서 짜증 나고, 도대체 왜 수서역까지만 가는지 궁금했던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길 바란다.




이전 03화 [왕십리역 경의중앙선] 제발 밀지 마세요.. 숨 막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