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평생 내 앞에서 운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있다.
대여섯 살 즈음이었을까. 늦은 밤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며 잠에 깼더니
어둠 속에서 엄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주 슬픈 표정으로,
방금까지 울었던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것을, 어둠 속에서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 이유를 나는 안다...
나 또한 엄마 앞에서 운 적은 어릴 때 이후로 없다
슬프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울었다.
아무리 엄마 아빠라도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우는 것은 내밀한, 나만의 비밀 같은 모습이었다.
엄마를 닮았나 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나는 마주 보며 많이 울었다.
밥 먹다가도, 운전하다가도, 그냥 갑자기
계속 울었다.
울음을 감추었던 엄마는 이제 내 앞에서 자주 우셨다.
'울어 엄마, 울어'
울어야, 슬픔을 쏟아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었다.
엄마는 요즘 너무 좋아도 우신다.
좋은 풍경을 보면 좋아서 울고,
슬프면 슬퍼서 울고,
내 앞에서 울음을 일부러 삼키지 않으신다.
얼마 전 몸이 갑자기 아프셨다.
나는 있던 일정을 취소하며 엄마 옆에 있었다.
"안 가도 되나?"
엄마의 물음에 나는
"엄마가 아픈데 어딜 가?"
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 말에 갑자기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고개를 돌리셨다.
내게 엄마가 으뜸이라는 것을 엄마는 알 거다.
그걸 느끼고 엄마는 또.. 마음이 울컥하셨나 보다.
혼자 가슴에 쌓아두고 지냈던 그 많은 세월,
이젠 엄마의 감정이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물론, 더 이상 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