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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

by 집녀

나이가 들면 병원비 말고는 큰돈 들어갈 일이 없다고들 한다.

노년의 삶에 소화도 잘 안되다 보니 비싸고 맛있는 음식보다는 익숙한 음식에.

해외 좋은 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근처 조용한 산책길이 좋다고들 한다.

써야 할 돈이라 치면 병원비에, 부조금, 자식들 줄 용돈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난 옷은 좋은 것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랑 쇼핑을 갔다.

엄마가 망설이며 못 사던 옷을 사드리기 위해서다.

엄마는 백화점에서 맘에 드는 재킷을 발견하셨다.

옷 욕심이 거의 없는 엄마인데 백화점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그 옷이 그렇게 마음이 드셨나 보다.

엄마 맞춤형 옷 같다는 표현까지 쓰셨다.

그런데 가격을 보고 바로 내려놓으셨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옷을 사지 않는 엄마는

그것도 할인 안된 비싼 옷을 사실 리가 없었다.


엄마가 절대 비싼 옷을 사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내가 나섰다.

엄마가 마음에 들어 하는 브랜드가 아웃렛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 또한 옷을 제값에 주고 산다는 것은 어리석다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내게 옷은 70% 이상 할인됐을 때가 살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천연 염색과 옷감의 옷들이 정말 예뻤다.

실크의 바스락 거리는 감촉이 귀한 자리로 이끌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찰떡처럼 맞았다.

재킷 하나 사겠다던 당초 계획은 모두 5벌의 옷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가격도 크게 할인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질렀다.

내 인생 엄마 옷에 가장 큰돈을 쓴 날이다.

그런데 그만큼 기분도 좋았다.

좋은 옷은 티가 났고, 엄마는 더없이 고상한 부인처럼 보였다.


젊을 때 예쁜 옷을 입으면 더 빛을 발하겠지만 젊을 때는 젊음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예쁘다.

나이가 들수록 좋고 깨끗하고, 예쁜 옷, 좋아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초라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더 젊었을 때 엄마에게 예쁜 옷을 많이 사드리고 싶었지만

지금이라도 엄마가 맘에 드는 옷을, 좋은 옷을 사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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