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과산화수소.
그 차이를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집안에 1리터짜리 과산화수소 3 통과 알코올 2통이 있다. 나의 보물들이다. 정말 힘들게 구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단돈 1달러짜리 알코올 한 통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소독제와 알코올을 찾아 돌아다녔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다.
한때는 안 팔려 진열대를 가득 채웠던 존재가 지금은 없어서 못 산다.
소독제를 사려고 돌아다닐 때 점원의 표정이 아직 선하다.
소독제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자 점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라는 표정이다.
그런 시선을 받고 난 이후에 소독제 사는 것은 깔끔히 포기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알코올이라도 사서 소독제를 만들겠다고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알코올을 구하는 것 또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었다.
라는 점원의 시선을 또다시 확인해야 했다.
그 이후로 알코올 사는 것도 포기했다.
그냥 비누로 손이나 열심히 씻자로 결론 내렸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일찍 간 월마트에서 알코올을 발견했다.
하얀색 통에 든 알코올이 대여섯 통이 진열대에 남아 있었다.
처음 알았다.
잽싸게 하나 잡았다. 한 사람당 한 개여서 여러 개 집을 수도 없었다.
순식간에 진열대에 있던 알코올은 사라졌다.
간발의 차이로 알코올을 구입하자 세상을 얻은 것만 같았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마저 들었다.
그동안 마스크도, 손 소독제도, 알코올도 없던 나는 무기 없이 전쟁터에 떨어진 소년 병사와도 같았다.
과산화수소는 알코올 대용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알코올보다는 조금 구하기 쉬웠다.
알코올을 소독제로 만들어 쓴다면 과산화수소는 집안 방역 차원이다.
변기와 문고리, 손이 가는 곳마다 수시로 뿌려줬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이런 생활을 반복했다.
평소에는 존재 가치를 전혀 모르고, 생각도 안 하고 있던 것들을 그 어느 때보다 소중히 사용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소독하고 수십 번 손을 씻는 나 자신을 보며 순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결벽증 환자들이 피가 나도록 손을 씻던 영화의 한 장면이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결벽증에 걸리는 게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