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 차/사회적 거리두기 6피트

by 집녀

'아 저 개00 왜 저래! '


방금 마주 오던 사람이 혼자 길을 차지하며 걸어왔다.

나는 그 사람을 피하기 위해 길을 벗어나 한참 옆으로 비껴 선다.

속으로 있는 욕 없는 욕을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운동하는 내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수다.


결벽증까지 걱정하는 내가 정작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100% 쓰고 다녔겠지만 미국에서는 아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다.

오프라인에서 마스크를 구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구입했다. 한 달 반 전 구입한 마스크는 아직 오는 중이란다.


둘째.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없다.

외출금지령으로 마트 말고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마트 갈 때도 마스크를 안 썼다. 동양인인 데다가 마스크를 쓰면 주목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트나 실내에 갈 때는 꼭 쓴다. 다른 사람들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셋째 운동할 때는 더더욱 마스크를 쓰고 싶지 않다.

폐까지 정화되는 좋은 공기를 마스크로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다.


마스크를 안 쓰는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켰다.

공원이라 외부고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 잘 지키면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훨씬 전부터 사실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던 사람이었다.

60센티미터 정도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오던 참이었다.

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예의가 없다고 느꼈다.

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평소에도 잘 지켰다면 아마 코로나가 이처럼 확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화나게 만들고 위협하는 사람들이다.

뉴스에서 매일 그렇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강조하는데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뭘까.

무례한 사람이고 무식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상대방의 건강을 걱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무례하다는 것이고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에 무식하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까탈스럽고 예민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기본은 지키고 살자는 주의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지켜야 할 기본 예의가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아니겠는가?


운동할 때 마스크 없이도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잘 해왔다.

적어도 지금까지 아프지 않다는 것이 그 증거다.

앞으로도 사람들을 잘 피해 운동을 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도 못하면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요리조리 지그재그로 사람을 피해 걷는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