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걷기 운동량이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엄두를 내지 못할 거리를 매일 숙제처럼 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완수율은 거의 90%다. 날씨, 혹은 아프지 않은 이상 절대로 빼먹지 않고 해내고 있다. 걷기 운동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왠지 욕심이 낫다.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싶었다.
20km를 채우기로 했다. 고작 5km를 더 늘리는 것이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무리가 없으면 하루에 30,40,50km까지 늘려가고 싶었다. 언제 이렇게 도전을 해보겠는가? 아무것도 할 것이 없고 한도 없이 걸을 수 있는 지금 뿐이지 않겠는가?
나는 목표를 정한 것이지 한계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매일 딱 15km를 지키며 지냈다. 물론 완수하는 것도 쉽지 않은 거리다. 하지만 조금 더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딱 그 정도로만 지키는데 만족했다. 스스로 한계를 그어 놓은 것이었다.
말마따나 딱 5km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딱 5km라는 것은 이미 15km를 걸은 뒤에 5km를 더 걷는 것이었다. 이미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한계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딱 5km를 더 많이 걷는 것뿐이었는데 체감상으로는 10km를 더 걷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헐떡거리는 숨을 참으며 걷기는 했다. 적응돼 안 아프던 발까지 아파왔다. 평소에 하던 수준을 넘어선 운동량에 몸도 놀란 것이리라.
20km 도전을 생각한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한 것이었다. 너도 나도 많이들 간다는 그 순례길을 언젠가는 걷고 싶었다. 매일 색다르게 펼쳐지는 스페인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다가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도 하고,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무용담도 나누고 싶었다. 지금 체력이면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때는 짐을 메야한다는 변수가 있겠지만 그건 나중에 고민할 문제다. 우선은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만큼 크게 어려울 것 같진 않았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꿈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면 하루에 몇 시간을 걸을까? 계산해봤다. 적어도 하루에 6시간 이상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km수로 계산해 보면 30km다. 최소한 30km는 짐을 메고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지금 걷고 있는 것의 2배는 기본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30km를 한번 걸어볼까 하다가 무리일 것 같아서 20km를 생각한 것이다. 30km를 걸어도 된다. 시간도 있다. 아침에 3시간 걷고 점심 먹고 또 오후에 가서 3시간 걸으면 된다. 그런데.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다른 때도 아니고 지금 이 시기에 조금이라도 몸이 아프면 안 된다. 그래서 참은 것이다.
그런데 걸어보니 20km도 힘이 든다. 짐도 없이 걷는 것인데도 힘들다. 짐을 메고 걸으라면 못할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갈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없어진다.
생각을 고쳤다. 하루에 3km 걷는 것도 고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15km를 거뜬하게 걸어내고 있다. 두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꾸준히 하면 하루 30km도 못할 것 없다. 무엇보다 꾸준히 해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적어도 2주 이상, 한 달은 걸어야 하는 곳이다. 꾸준히 걸어온 나로서는 못할 일이 아니다!
언젠가 산티아고를 열심히 걸을 그 날을 생각하며 걷는다.
하루하루, 매일매일이 순례길의 연속이라 생각하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