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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오열하는 졸업식

by 아라

공동육아로 어린이집 4년, 초등방과후 6년을 보내면서 두 번의 졸업식을 경험했습니다.


어린이집 졸업식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많은 것을 준비합니다.

졸업생들은 졸업식 전에 선생님들과 졸업 여행을 떠납니다.

늘 들살이가 동생들과 북적북적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졸업 여행은 늘 조촐합니다.

많은 이들이 중간에 떠나고 끝까지 남은 아이들만의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졸업 사진도 찍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이 주말에 일부러 터전에 모여

빈 터전의 곳곳,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소들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동생들은 언니, 형들을 축하하기 위해

각종 공연이나 편지글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졸업식 날 들어보면 내용은 ㅎㅎㅎ 상당히 유치합니다.

그런데 그걸 들으면서 부모들이 막 웁니다. ㅎㅎㅎㅎㅎ


어린이집 졸업식 날 부모들의 눈물은

부모들의 수고와 성장의 징표입니다.

아이들이 해맑게 울고 웃으며 신나게 노는 동안,

부모들은 많은 것을 겪어냈기 때문입니다.


차량도 없는 어린이집,

언덕 꼭대기에 있는 어린이집을

4년 동안 매일 매일

직접 데려다 주고 데려가고 했습니다.

매일 직접 등하원하면서 매일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과 부모들을 만났습니다.

하원 시간 집에 안 가고 더 놀겠다고

아이가 도망다니는 동안,

아마들은 다른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선생님들의 수고를 목격하기도 하고,

다른 아마들과 하루하루를 나누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쯤 하원하러 와서

선생님이 먼저 퇴근한 후

남아있는 아이와 놀고

하루의 흔적을 치우며 청소를 했습니다.

또 몇 가구씩 나누어 분기별로 대청소를 하며

터전 창문도 뗐다 붙이고,

아이들의 식기, 장난감도 하나하나 소독하고,

마당도 정리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아이 6세 즈음이었나.

터전 페인트칠을 하는 대형 시설 보수도

직접 했네요.


하원 시간마다 다른 아마들과 눈빛을 주고 받으며

즉석에서 결성된 마실을 하느라 이집 저집 많이도 돌아다녔네요.

퇴근이 늦을 때마다 아이는 이집 저집 많이도 마실 다녔네요. 우리집도 늘 북적북적 대서 아빠가 있어도 없던 집인데 무사히 졸업했네요.


그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공동육아어린이집 졸업식은

늘 아마(=부모)들이 오열합니다.

아이와 함께 여러 가족들과 부대끼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아이만큼이나 아마들도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정작 아이들은 졸업장 받고 선물 받으며 신나합니다.

아이들은 졸업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날의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깁니다.



공동육아초등방과후 졸업식에서는

아이들이 주인공입니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바깥 공기를 마시며 생활합니다.

매일 매일 걷고 뛰고 놉니다.

매일 발을 움직입니다.

매일 손도 움직입니다.

손을 움직여 자신이 사용할 물건들을

한 땀 한 땀 움직여 직접 생산합니다.

매일 매일 친구, 형, 언니, 동생들과 어울립니다.

매일 대화하고 소통합니다.


자유로운 공기 속에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아가고

스스로 몸을 움직여 스스로를 책임집니다.


매일 매일 형제자매처럼 어울리면서

끝없이 대화합니다.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불편함을 견뎌야 하고

갈등이 생기면 이쪽으로 저쪽으로 부딪혀가며

풀어 나가야 합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공동육아방과후는 학교가 아닙니다.

의무가 아닙니다.

꼭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루할 때, 어려울 때, 갈등할 때를 견뎌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꼬박 6년을 함께 생활했습니다.


졸업식에는 대부분의 졸업생과

그 아마들이 참석합니다.

모두 양손에 선물 가득 들고 참석합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눕닙다.

넓은 터전 거실에 사람들이 한 가득 들어찹니다.


아이들은 맨 앞에 한 줄로 앉아 있습니다.


첫 순서는 아이들의 6년간의 생활을 담은

영상입니다.

한 아마는 직업적 재능을 완전 낭비(?)하여

아이들의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1학년, 2학년, 3학년... 6학년까지 얼굴이 변해갑니다.

우리가 졸업할 때 마침 드라마 '도깨비'가

방영 중이었습니다.

그 영화의 타이틀 영상처럼 고퀄입니다.

"우와~~~~~"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탄성으로 시작되었는데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장 영상이 방영되면서

곳곳에서 점점 훌쩍훌쩍 소리가 들립니다.

졸업생이든 재학생이든 눈물 흘리며 봅니다.

아이들의 성장 자체가 감동이고 감격스럽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졸업장이 수여됩니다.

졸업장에 앉아 있는 것 자체로 아이들은 축하받습니다. 6년의 시간을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른 졸업장을 받습니다. 자신의 훌륭함을 설명하는 수식어들과 자신을 축복하는 언어를 들으며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선물 같은 존재인지 듣게 되는 자리입니다.


졸업장을 받고 나면

선물을 주고 싶은 이들이 무대 위로 나옵니다.

두 손으로 다 들지 못할 만큼의 선물을

한 아름 받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매달 열리는 생일 잔치에서

아이들은 직접 만든 선물이나 2천원 이하의 선물만 주고 받거든요. ㅎㅎㅎ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아본 적은 (대부분) 없을 겁니다.

졸업식 보고 나면 다들 졸업하고 싶어집니다.

'나도 꼭 졸업해서 저 많은 선물을 받아야지.' ㅎㅎㅎ


학교 졸업식은 아이들만의 졸업식이지만

공동육아방과후 졸업식은 아마들의 졸업식이기도 합니다.

한 가구, 한 가구 차례로 나와 졸업 소감을 말합니다.

부모들에게 졸업장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공동체에서 그 분들이 빛났던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마들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6년을 함께 키워 주신

선생님들께 깊고 깊은 감사를 표현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선생님을 힘들게 했을 텐데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공동 학습, 공동 탐구하며

그 시간들을 지나왔습니다.


동생들은 축하 편지를 낭독합니다.

동생들이 축하 공연도 펼칩니다.

다른 아마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집니다.


1학년 때는 8명으로 시작했는데

6학년 때는 단 3명이 남아 졸업했습니다.

2년간 아이와 성별이 같은 아이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졸업까지 끝까지 해냈습니다.


저는 외롭지 않았는데

아이는 외로운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외로움을 견디며

동생들이 따르는 큰 언니가 된 아이가

너무나 장합니다.


저는 다행히 이 날 울지 않았습니다.

전날 아이와 미리 울고 간 덕분인가 봅니다 ㅎㅎㅎ

신나게 성장의 축제를 즐겼습니다.


졸업식에서 많은 부모들이 오열합니다.

부모인 나와 아이들이 부대끼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한

성장의 드라마, 성장의 파노라마가

머리와 가슴을 지나갑니다.

졸업식은 아이와 아마들의 성장의 축제입니다.


공동육아는 배움의 공동체, 성장의 공동체입니다.



공동육아에서 아이와 함께 성장한 이야기를

이제 마무리합니다.

잊기 전에 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함께 쓴 성장의 드라마를

기록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10년의 시간이 담긴 이야기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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