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시키면 숯불고기 공짜!
저는 돈을 벌려고 일하지는 않습니다.
돈도 벌기는 합니다. ㅋㅋ
저에게 일과 월급의 관계는
냉면집 숯불고기와 비슷합니다.
출근길에 냉면집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써 있습니다.
"냉면을 시키면 숯불고기가 꽁짜!"
냉면만 시켰는데 고기도 준다니 '개이득'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입사했는데 월급도 줍니다.
완전 '개이득'입니다.
많은 월급을 받는 건 아닙니다.
이 직장으로 올 때 월급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ㅋㅋ
만족과 행복은 두배 이상 올랐습니다.
합산하면 쌤쌤(?)입니다.
10년 내내
제가 계획서 만들고
제가 PPT 발표한 후
소위 일을 '따' 왔습니다.
그러니까 월급도 제가 번 셈입니다.
제 손으로 돈 벌어오는 재미까지 있었습니다.
어떤 해에는 1억 5천까지 벌었는데
너무 짜릿했습니다. 만족감 최고입니다.
일복도 꽤 있는 편입니다.
제가 일을 가져 오는 건지,
누가 일을 시키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헷갈리네요. ㅎㅎㅎ
아무튼 저는 일하는 게 재밌습니다.
특히 사람들 만나면서 일하는 게 재밌습니다.
일이 많다는 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
일이 재밌습니다.
일을 하면서 일이 가는 길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모모》에 보면 도로를 청소하는,
도로청소부 베포가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게 중요한 거야.” (주1)
긴 길을 다 쓸고 난 뒤의 마지막 장면을 항상 상상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우와, 나 이만큼 쓸었네? 아 해냈다."
저도 뭔가를 해내고 나면 너무 뿌듯합니다.
일을 좋아하니까,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치 있게 산다고 생각하니까,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깝지 않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됩니다.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 휴가도 아주 넉넉합니다.
대체 휴가가 엄청 많거든요.
일해야 할 때,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 외에 다른 걸 하고 싶을 때는 휴가냅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다른 걸 하고 싶을 때
휴가낼 수 있는 자유까지 누립니다.
분명히 근로계약서 쓰고 일터에 입사했는데,
10년 내내 높은 사람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일의 주인입니다.
맞죠? ㅎㅎㅎ
그(노예)는 가치를 스스로 설정하는 데 전혀 익숙하지 못하며, 그들의 주인이 그에게 부여한 것 이상의 어떤 다른 가치도 스스로에게 부여하지 못했다.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본래 주인의 권리이다.] 평범한 인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세상의 평판을 기대하고, 그러고 나서 그와 같은 것에 본능적으로 굴복하는 것은 엄청난 격제유전의 결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완전히 '좋은(정당하고 옳은)' 평판만이 아니라, 나쁘고 부당한 평판에도 굴복하게 된다.
고귀한 부류의 인간은 스스로를 가치를 결정하는 자라고 느낀다. 그에게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는 "나에게 해로운 것은 그 자체로 해로운 것이다"라고 판단한다. 그는 대체로 자신을 사물에 처음으로 영예를 부여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는 가치를 창조하는 자이다.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존중한다. 이러한 도덕은 자기 예찬이다. 그 전경에는 충만한 감정과 넘쳐 흐르고자 하는 힘의 느낌, 고도로 긴장된 행복과 베풀어주고 싶어하는 부유함의 의식이 있다: (중략) 고귀한 인간은 자기 안에 있는 강자를 존경하며, 또한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이 있는 자, 말하고 침묵하는 법을 아는 자, 기꺼이 자신에 대해 준엄하고 엄격하여 모든 준엄하고 엄격한 것에 경의를 표하는 자를 존경한다.
허영심이 있는 인간은 자신에 대해 듣는 모든 좋은 평판에 기뻐하며(그것이 유익한가의 관점은 상관하지도 않고, 또 마찬가지로 참과 거짓도 도외시하고),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나쁜 평판에 대해 괴로워한다 : 왜냐하면 그는 이 두 평판에 예속되어 있으며, 자기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오래된 복종이라고 하는 본능에 예속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명령하는 자이자 동시에 복종하는 자이다. (중략) 의지하는 자는 의지와 행위가 어쨌든 하나라는 사실을 상당히 확신을 가지고 믿는 것으로 충분하다: - 그는 성공이나 의지 작용이 수행되는 것을 여전히 의지 자체에 돌리고, 여기에서 모든 성공이 가져다주는 저 힘의 느낌이 커지는 것을 즐긴다. '의지의 자유' - 이것은 명령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명령을 수행하는 자와 일치시키는, 의지하는 자의 저 복잡다단한 쾌의 상태를 나타내기 위한 말이다. (주2)
주1> 미하엘 엔데, 《모모》, 2015, 비룡소.
주2>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2002, 책세상.
표지 이미지> Image by Klaus Haus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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