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삼국지를 읽고 심취한 적이 있다.
그 시대에 태어나,
장수로 살아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삼국지에서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이 있다.
조조가 유비를 생각하는 장면.
여기서 화자인 '나'는 조조이다.
나는 가는 곳마다 백성들을 위해 제도를 고치고 세금을 덜었다. 무언가를 베풀려고 애쓰고 도움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백성들은 고마워할지언정 나를 좋아하고 따르지는 않았다. 나는 그럼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사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는 다르다. 나는 한 번도 그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백성들에게 베풀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중략) 그러면서도 백성들은 그를 좋아하고 따른다. 그는 민심을 사는 게 아니라 얻고 있다.......
(중략) 그러나 이제 알겠다. 사고 팔았던 사람들의 사이는 거래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러나 주고 받았던 사람들의 사이는 그 주고 받음이 끝나도 이어지는 그 무엇이 있다. 나는 어떤 이득을 위해 백성들의 마음을 사려 했기 때문에 더 큰 이득에 내몰리면 그들을 팔아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이득을 사지 않았기에 이득으로 팔아버릴 수가 없다. (주1)
나도 이렇게 해 보고 싶었다.
사고 팔지 않고 주고 받기.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거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냥 진심을 다해 보기로 했던가.
한 달 정도 합숙 하면서
어떤 일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책임이 있는 역할이었기에
가장 늦게 씻고 다음 날 할 일을 정리하고
마지막에 잠자리에 들었다.
가장 먼저 일어나 조용히 씻고
10분 먼저 하루를 맞았다.
그거밖에 생각 안 난다, 사실.
내가 어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일정을 모두 마치는 자리,
나처럼 살겠다는 후배들이 있어 나를 울렸다.
특별히 한 게 없는데…
돈을 벌기 위해 학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그랬다.
그랬더니 그 해 1년 동안,
우리 반이었던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
그 해 직장에서 공개 칭찬을 받고
연말에는 성과금을 받았다.
이후 고속 승진의 이유가 되어 주었다.
어떻게 했는지 발표하라는데,
얼떨떨.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 걸.
다만 방법을 몰라도 진심은 전해진다는 걸 배웠다.
당근에서 나눔을 할 때도 그리 한다.
진심을 담아 쓰고 나눈다.
일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유지되는 곳이다.
어떻게 진심을 전하며 일할까 생각해 본다.
회원들이 돈을 내고 있으니
그만큼 서비스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고 파는 행위가 아닐까.
회원들이 소중한 마음을 내어
공동육아를 지키고 있으니
세상에 공동육아라는 노래가 울려 퍼져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가 닿도록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무언가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고 팔고 싶지 않다. 주고 받고 싶다.
어떻게 하면 주고 받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으면 좋을까?
공동육아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가치와 정신을 주고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순수한 마음으로 선물하듯 주고 받고 싶다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고 싶다.
공동육아의 가치와 정신을 주고 받고 싶다.
이 소중한 가치를 아이들에게까지 이어나가고 싶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한 진심과 가치를 담아 본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길을 찾아간다.
그러다 보면 길이 나겠지, 믿어 본다.
ㅋ 오늘의 내 글 한줄평: 시작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마지막이 용두사미 ㅎㅎㅎ
주1> 이문열, <삼국지 제5권>, 민음사.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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