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풍 Aug 09. 2022

김구이 -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김구이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이것도 특별한 반찬인가 싶지. 근데 이게 정말 엄마 집밥 느낌을 채워준단다. 내가 그랬거든. 

너희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예전엔 김을 기름 바르고 소금 뿌려서 재워서 구워주셨거든. 갓 지은 밥에 갓 구운 김만 있어도 딱 엄마 밥 느낌이야. 

평소엔 재워놓고 잘라놓은 김을 사 먹지만 그래도 집밥이 그리울 때는 20분 투자해서 뱃속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단다. 내 몸과 맘을 스스로 따뜻하게 채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점심을 드시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셔서 바로 돌아가셨지. 할아버지와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할머니의 죽음을 맞고 말았단다. 

그날 아침, 운동하시고 기운 없다고 고기를 구워 드신 지 바로 1분 만에 다른 세상으로 떠나셨어. 통곡으로 눈물로 충격으로 온 식구가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아무 준비 없는 장례를 치러야 했어.


새벽에 부엌에 가니 할아버지가 계시더라. 

따뜻한 밥에 김을 굽고 달래 간장을 만들어 놓으신 밥상. 

슬픔으로 충격으로 홀로 밤을 새우시고 자식들이 장례 치를 걱정에 새벽밥을 짓고 김을 구워 놓으셨던 거야. 


남녀 역할이 유별해서 밥은 여자가 해주어야 했던 할아버지. 유난히 몸이 약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평생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해드려야 해서 할머니가 너무 힘들어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가신 후 삼시 세끼 해드려야 해서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했던 할아버지. 

그런데도 우리 모두 할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건 깊은 곳에서 그 따뜻함을 가장으로서의 깊은 책임감을 온몸으로 실행하신 할아버지였기 때문이 아닐까?


너희들은 할아버지와 같은 따뜻함과 책임감을 가진 남자를 만나거라. 

이왕이면 모든 배움에 열려있어서 스스로 요리도 육아도 함께 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면 좋겠어. 

아이를 돌볼 때 노인을 돌볼 때 가족들이 가장 많이 싸우는 거 같아. 그건 스스로 독립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가족을 속박하고 힘들게 하기 때문이야. 

당당하게 내 삶을 독립되게 꾸려가고 또 주변 사람들이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조건적 헌신과 희생보다 지혜로운 일일 거 같다. 

독립된 생활은 아이나 부부나 노인이나 모두가 죽는 날까지 노력해야 하는 일일 거다. 

그 중 첫째가 삼시 세끼이니, 아침을 해 주는 사람은 모든 것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


곱창김 구이

1. 곱창김 굽기

2. 달래 양념장( 달래 처음 나올 때 송송 썰고, 간장에 물 조금, 설탕 조금. 깨소금. 들기름, 고춧가루는 취향대로 넣음)

*김, 기름, 소금 선택

 김, 기름, 소금의 선택이 맛을 좌우해. 

김은 곱창김, 한살림 김을 사고, 기름은 대형 마트보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소주병에 담긴 들기름과 참기름. 참기름 없이 들기름만으로도 맛있어.

소금은 천일염을 사놓고, 그때그때 깨갈이에 갈아써도 되고. 맛있는 소금이 있으니 바닷가에 여행 가면 잘 찾아보고. 늘 현지 구입한 것이 맛있더라.



양념김 구이

1. 김 구입

2. 들기름에 참기름 조금 섞어서 준비. 소금(곱게 갈아서)

3. 달력 뒷장에 김 1장에 기름 살살 바르고 소금 뿌리기-5장 정도 

4. 후라이팬을 달궈서 양면 굽고 적당히 자르면 끝.



이전 04화 오이지-소금 시간 관심이면 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