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휴대폰에 저장된 내 이름은 '하당미'이다. 허당끼가 넘친다고 하여 처음엔 허당 미라고 저장하려다 허자가 하자로 잘못 입력됐지만 나는 허당을 넘어 하당이고 아름다움을 첨가하여 하당 미로 하자고 말했던 사람이 남편이다.
서로에게 사소한 이름, 뻔한 호칭으로 저장이 된다면 밋밋해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호칭이다.
우린 닮은 건 닮았지만 다른 건 극과 극처럼 달랐다. 내가 아무리 많은 계획을 짜고 일을 진행시켜도 남편은 내가 생각 못한 부분을 끄집어내어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낸다. 난 사실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다툼도 많이 일어났지만 조금씩 그 상황을 받아들여 수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로 인해 불가피한 일을 예방할 수 있었고 불특정 다수의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나에겐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조언들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리를 두서없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쉽게 말해 작심삼일이 되는 격이다. 며칠 후면 똑같아지는 거다.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주부는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이 몸에 배게 되어 있었다. 그런 부분을 이해는 한다면서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복잡하게 일하는 내가 남편은 못마땅했던 거다. 이런 일들로 신혼 초 참 많이 다퉜었는데 연애 때와는 달리 결혼을 하면 싸울 일이 많아진다던 인생 선배들 말을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결혼 전 남편과 동서네가 용한 점집에 가서 우리 둘 사주를 봤던 적이 있었다. 용하긴 했었다. 내 직업과 일하는 곳 간판까지 맞췄던 걸 보면, 어쨌든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둘은 조상님들이 이어준 인연이라고. 그 말에 나는 박장대소를 했었다. 그리고 나는 작은 것에도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는데 그걸 잘 새겨 들었다면서도 남편은 꽃다발 하나도 제때 못 사 와서 내 낭만을 채워주진 못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조상님? 우린 종종 지금도 그 말을 떠올리며 얘기하고는 하는데, 조상님들이 용무가 바쁘셔서 착각하신 건 아닐까? 말을 하면 남편은 '무슨 소리야' 하며 내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서 진짜 개구쟁이처럼 씩 웃어 보인다.
사실 거기서 말한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니 맞는 것도 같았다. 우린 정말 닮은 것도 많지만 다른 점은 중간도 없이 다르다. 완벽한 극과 극인 거다. 그래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그 덕에 부족한 부분이 많이 채워져서 시야가 넓어지고 깊이가 생겼다. 감성적이고 감수성이 깊은 나와는 달리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남편이라서 각자의 영역이 아니면 닿기 어려운 감정 부분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부부관계를 떠나 사회생활, 인간관계 자체에서도 배우는 점이 많아졌다. 지나치게 우울할 때면 찾아오는 지침을 극복하고 감정 기복을 좁히는 방법도 배운다. 남편 역시 내게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오는 또 다른 해석과 감성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위로와 공감하는 법도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서로가 너무 잘 맞고 모든 상황이 호의적이게 돌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축복인 건 아니라 생각한다. 같아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생각의 폭과 선택의 방법은 늘 똑같은 것이다. 특히나 나 같은 사람은 고인 물이 익숙한 타입이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점점 비슷한 구석이 많아지다 보니 조상님들께 참 감사해야겠네 한다. 밀당 안 해도 되고 뭐 어차피 연애적에도 그런 건 없었지만 싸웠다고 연락두절되는 일없고. 결혼이 좋은 거네 한다. 갈수록 어른스러워지고 성숙해지는 우리를 보면 참 많이 성장했구나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