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예쁜 그릇에 사치를 담다

by 새벽뜰



사치를 부리고 나면 마음이 채워질까? 이 질문에 답을 해본 적도 있고 실행에 옮겨 본 적도 있다. 특히 자존감이 낮아진 순간엔 뭔가를 사서 마음을 달래줘야겠단 생각도 했다. 백화점 4층 구두 코너, 1층 가방 코너, 3층 어느 브랜드 매장. 호기롭게 들어가서 마치 거기에 있는 , 내가 개미 몸집만큼이라도 마음에 드는 모든 것들은 다 살 기세로 요리조리 살폈다. 카드 한도를 꽉 채워 넣을 심산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거울 앞에 나를 비춰보면서 예쁨을 살펴보았다. 고르는 것에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 아니었던 나는 평소 사고 싶은 것을 정해놓고 가는 편이라 되도록 쇼핑시간 총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당연했지만 기습적이고 사고 싶은 게 딱히 없이 공허를 채우러 갔던 것이라 한도 끝도 없이 시간만 깎아 먹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뭘 사긴 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특별히 뭔가는 없었던 모양이다. 사치를 부리면 마음이 채워질까 하는 질문엔 언제나 답이 나와 있었다. 물질로 마음이 채워질 것 같으면 세상에 재벌가 사람들이 사고 쳐서 뉴스에 얼굴 나올 일 같은 건 생기지도 않았겠지. 채워진다 한들 그런 건 겨우 몇 시간밖에 효과가 없었다. 고작 몇 시간 행복하자고 수십, 수백만 원을 투자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거다. 마음은 이해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매달 빠져나가는 카드값이 더 나를 울게 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한 푼 두 푼 힘들게 모은 돈으로 사고 싶은걸 어렵게 샀을 때야 말로 기쁨은 무한대로 늘어나서 쭉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 후로 나는 백화점에 진열된, 말도 못 하는 사물들 대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선택을 했다. 자존감이 깎여서 살점이 떨어지거나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너무 보잘것없어 초라해 보일 때는 그 자리를 메워줄 공감이 필요하고 다독임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됐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은 솔직히 말해서 우쭈쭈 하는 타입은 절대 아니고 개그적성향이 많은 사람이라 나를 웃게 만들어 주곤 했다.




'보면 모르나? 사람이 덜 됐구먼! 그런 인간 때문에 울지 말고 , 마늘 한 단 사줄 테니까 주면서 말하라고. 마늘 먹고 사람 좀 되세요. 하고,.... 그래서 우리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예쁜 그릇에 과일과 치즈를 올려 먹었었다. 그곳에 공감적 사치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왠지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마음을 채우는 일은 나를 사랑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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