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시대를 살다 보니 비대면으로 뭔가를 사야 하고 주문을 해야 한다. 만나서 하는 대화도 어려우니 온라인이라는 매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로 인해 폭주가 시작되면 그만큼 오류 발생이 잦아지고 잦아진다는 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오류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내돈내산으로 주문을 했더니 판매자는 인사만 덩그러니, 필요한 사이트 주소창과 본인이 연락 가능한 시간대를 정해서 챗으로 남겨놓았다. 뭐 그것까지도 이해했다. 그럴 수 있지 하며 대인대 코스프레를 해봤다. 나 역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혹시 '이 시간'은 어떠시냐 정중히 물었다. 아니 그런데,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록 확인만 할 뿐 답이 없었던 거다. 구매자는 한시가 급한 경우가 많은데 정작 판매자는 왜 이렇게 무례한 느긋함을 선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정말 화가 난 부분은 몇 시간 후 한 번 더 보낸 내 물음을 또 확인만 하고 하루 종일 답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바쁘겠지 이해해도 이건 아니지 싶은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겐 읽씹이 그중에 하나다. 개인적인 안부나 사소한 대화였다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서로의 일정 조율이 필요한 공식적인 상황에 담당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례하고 무책임 하나 싶었던 거다.
고객센터 직원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인지 하면서도 마치 직원이 그 담당자라도 되는 것처럼 화를 내는 경우가 많지 않나. 전화를 걸면 마음과 다르게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아 챗 상담 고객센터 연결을 시도했다. 나의 선택이 옳아서 다행이었고 상담사분은 그를 대신해 나에게 사과했다. 감정도 리듬도 없는 문장들의 나열이었지만 느낄 수가 있었다.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닌 진심 어린 사과이구나.
고객센터는 가해자 코스프레를 가장 많이 해야 하는 곳 같다. 사고는 저 놈이 쳐놓고 수습은 애먼 사람이 하는 꼴이다. 내가 따져 묻고 사과받고 싶었던 사람은 그 담당자였는데 정작 받고 싶은 사람에겐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듣지 못하다니. 상황이 참 저질인 거다. 다행히 잘 수습됐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불만이 많아진다. 상관없는 사람들이 마음이 상하고 감정 소모를 해야 하는 상황이 , 진짜 가해자는 나 몰라라 하는 게 난 정말 못마땅하다. 세상엔 잘못한 사람 대변인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좀 똑바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