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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의뜰 Apr 26. 2023

그립고 그리운 인영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된 사이, 이 말을 대화 중에 우연히 섞어서 사용할 때가 있다. 친하다고 말하기엔 뭣하고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사이라 남보다 못하다 말하기에도 양심에 가책이 인다. 알고 지낸 지는 꽤 오래됐는데 그렇다고 잘 아는 것도 아니야. 마주치면 인사만 나누는 정도?


 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는 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벼락을 하필이면 내가 맞게 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서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 담담하게 살아간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고  하물며 상대방이 몰라도 그렇게 슬프거나 멋쩍거나 초라하지도 않은 것이다. 짝사랑을 지나치게 미화시킬 필요는  없지만 어쩌지 못해 슬퍼서 죽을 것 같은 감정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관계에서의 욕심을 바라지 않으면 내 이런 말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내가 몹시 짝사랑 중이라 하루하루가 버거웠던 일상인데 차후 알고 봤더니 상대마저도 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더라.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면 그건 위로가 될까. 아니면 상처가 될까. 난 아마도 위로가 됐으면 됐지 상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상처될 일이 생겨도 이건 아프고 힘든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굳이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표현하기엔 내키지가 않는다 라는 가치관을 갖기 시작했다. 아픈 일이 생기면 상처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인데 왜 상처를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더란 말이다. 그랬더니 조금 더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도 나를 이렇게 좋아하고 있었구나. 참으로 위로가 된다.  나의 사랑이 외롭지 않도록 해주어 고맙다 하며.


 그리워서 그리워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성숙한 마음상태에서 보면 치유가 될 만큼 좋은 선물이다. 기억과 추억이 시간에 져서 바래지는 때도 있긴 하지만 그리운 것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감정과 생동감은 시간이 흐르는 것이 무색하게 점점 더 짙어지고 깊어지기만 했다. 사랑이란 게 ,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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