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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의뜰 Aug 22. 2023

녹턴을 닮았다.

거리에 서성이듯 머물든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이든. 나는 느낄 수가 있었다. 매미소리는 여전히 기승이고 햇볕은 똑같이 뜨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잖아 곧 가을이 몰려올 것을. 살갗에 닿는 바람결이 그랬고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의 햇살이 그랬고 내 예민한 본능이 그렇다고 말했다.

치열한 여름이었다. 몸과 마음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굉장히 바쁜 사람처럼 계절을 보냈다.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수확하기 위해 쉬지 않아야 하는 농부처럼 말이다. 무엇이든 가장 무르익기 좋은 계절에서, 감정도 그렇듯이  불길이 솟았다가 들끓었다가 다시 달이 뜨는 밤이 되면 한풀 꺾인 더위처럼 제법 서늘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것들이 이제 곧 마무리 단계에 서성이듯 다가올 것만 같은 계절이 될 텐데. 나는 어디쯤에 서성이고 머물고 있는지 많이 궁금했었다. 벼락치기하듯 성급하지 않았고 한 우물씩 길어 올리는 여인처럼  참 많이 부지런하여서 하루도 쉰 적이 없는 감정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벌써 몰려온다 말하고 있었다. 무려 가을,  사방이 불그스름 해질 풍경을 미리 당겨와 거리를 걷듯 하면서. 고목처럼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무언가를 지키는 수호자처럼 그렇게 있을 거라는 예감은 변하지 않았다. 낙엽이 떨어지면 비 맞듯 하고 싶을 것이고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휘날려도 좋다며 온몸으로 맞이할 것이었다.

켜켜이 쌓이는 게 먼지만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 그냥 느낄 수밖에 없는, 부유하는 감정이란 것이 쌓여올 때가 있었다. 가만히 감각을 일깨워보면 여전히 따뜻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슬프지 않았다.  아쉽더라도 매번 반가운 관계의 무엇은 딱 적당한 정도의 위로가 됐다고 생각했으므로.

마주한 시간, 늘 추억되는 기억이 만들어질 것을 알았다. 그날들을  너무 사랑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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