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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제야 Oct 24. 2021

하찮은 운동이라도 하기

#작은 일, 변화의 시작

하찮은 운동이라도 하기 시작했다. 머릿속 목소리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체력은 저질이요, 늘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과거의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목소리를 곱씹고 파고드는 데에 에너지를 써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을텐데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한심한 행동이라도 작은 실천이 되는 일이라면 해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운동이었다.


요즘은 유튜브를 볼 때, 티비를 볼 때, 아령을 들고 스쿼트를 몇 번 한다든지, 팔 안쪽과 바깥쪽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한다. 예전에는 이마저도 못해서 스쿼트 1회, 아령 운동 5회 정도만이라도 하고서는 마음을 놓았다. 오늘의 운동은 이만하면 됐지.

스쿼트를 한 5회 쯤은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요가 매트를 샀다. 어느 날은 요가 매트에 누워 코어 안정 운동을 했다. 가만히 누워서 골반 안에 공기를 채운다는 느낌으로 온 몸에 힘을 빼고 복식 호흡을 하는 운동이다. 코어가 없는 사람들은 이 운동부터 해야 허리가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아주 잠깐의 운동만으로도 금방 지쳤던 나는 덜 지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단백질 섭취, 그리고 운동과 식사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과연, 스쿼트 한 번이 다섯 번이 되고, 스쿼트에 아령 운동을 더하자 전보다 더 먹은 음식이 빠르게 소화되고 더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쩐지 내 위장은 ‘오늘은 양배추!’ ‘오늘은 닭고기!’ ‘라면을 먹을 거면 달걀을 꼭 넣어서 먹으라구!’하며 정확한 식재료를 나침반처럼 가리키는 것만 같았다. 매일매일 내 몸이 채소를 필요로 하는구나, 닭가슴살이라도 먹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나의 장보기 패턴도 바뀌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뭘 먹고 싶어하는지를 몰라 맛있어 보이는 재료를 미리 잔뜩 사 두고 요리를 하지 않아 버리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먹고 싶은 식재료가 매일매일 명확하게 달라지자 한 번에 소비하는 식재료가 줄어들었고, 조금씩 사는 사이클을 빨리 돌려 버리는 식재료 또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스쿼트 단 한 번의 힘이 이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내 경우에는 이랬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허들이라고 생각했던, 혹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고 생각했던 의외의 문제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스쿼트 한 번을 하지 못 해도 괜찮다. 내일, 아니 한 달 후에라도 또 하면 되니까 말이다. 오늘 못 했다고 앞으로의 시간들을 너무 빠르게 포기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도 살아갈 수 있으니, 나와 같았던 사람들이 의욕을 완전히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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