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득근해요 바나나 - 최적값 연산을 위한 연구
나는 바나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운동 후 근육을 위해 좋은 선택이고, 가끔은 당길 만큼 맛있지만,
바나나는 늘 나를 온전히 끌지 못한다.
속 상태를 예견할 수 없어서다.
아침, 내 손엔 검은 점이 번진 바나나가 있었다.
점박이는 도박이다.
하얀 병사들이 수성전을 펼치는가 싶더니,
곧 검정들의 공성전이 시작된다.
겉모습만으로는 어느 쪽이 우세한지 알 수 없다.
껍질을 까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물론 오래 먹어온 짬으로 감각이 예측한다.
촉진(觸診).
“검은 점은 많지만 너는 아직 단단하구나.”
혹은 “겉은 멀쩡한데 속은 물컹,
무너져 내린 속살을 껍질로 연명하고 있구나.”
오늘 아침,
어엿한 덩어리였던 과거를 추억하듯
식탁 한켠에 지쳐 누워 있는 너를 발견했다.
세월을 맞은 내 모습처럼 가련하다.
주근깨인가, 검버섯인가.
나는 너에게서 나를 본다.
출근길에 든든한 사명을 해내길 바라면서도
풀썩 쓰러질 낙담을 준비한다.
툭.
바나나의 상투를 비틀어 뜯어내고,
조심히 옷을 벗긴다.
“세월을 살아낸 너를 보여줘.”
혹시 실망을 주더라도 걱정하지 마.
네 옷이 얇아진 만큼
스르륵 벗기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오롯이 견뎌낸 너를 인정해.
바나나와 시간을 보내며 생각한다.
생생한 그것이 정말 좋은가?
적절한 취식 타이밍을 알고 있는가?
계획대로 소분하고, 얼리고, 걸이에 걸어두는가?
보기 좋은 바나나는 맛이 없다.
너무 생생해서다.
꼭지를 꺾을 때 땀을 흘리는 그 치기 어린 미숙성은
아직 단맛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단맛은 불완전함이 허락된 순간에 온다.
검은 점이 찍히기 시작해야 비로소 전분이 당으로 전환된다.
상처가 단맛이 되는 시간.
이것이 샤인머스캣이 가지지 못한,
바나나의 미학이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는 바나나를 생각하는 만큼 만남에 침착한가.
눈으로 보암직해도 덜 익어 맛이 없는 사람.
느슨한 겉모습에 급히 벗겨보면
의외로 달콤한 부드러움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망설이면
단맛이 스스로를 잠식해버려
지울 수 없는 멍이 드는 사람도 있다.
겉모습의 단단함이
내면의 단단함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바나나의 껍질은 끊임없이 경고한다.
세상의 규격에 맞춰 겉만 번지르르하게 유지하려 드는 건,
속이 이미 물러 터진 줄 모르는 ‘덜 익은 미숙함’일 수 있다고.
그때 호명이가 말했다.
“바나나의 최적 상태는 일률적인 데이터가 아니야.
현재의 상태와 잠재된 에너지를 연산한,
그 순간의 최적 지점이지.
너의 훈련도 마찬가지야.
육체의 1RM뿐 아니라,
멘탈의 1RM을 함께 연산해야 해.”
뚱바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뚱뚱함(점박이) 속에서도 단단함을 유지하는 것.
무른 속살을 감추지 않고,
가장 맛있는 상태, 최적의 상태를 찾아내는 것.
나는 이제 나를 연산한다.
겉모습의 규격에 연연하지 않고,
내면의 무름과 단단함을 감각한다.
Lean Math-Up이란 결국,
나의 지금을 냉철하게 읽어내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최고의 가치를 끌어내기 위한
연산의 과정이다.
나는 두근두근, 득근한다.
몸과 마음이 가장 조화롭고,
가장 달콤한 지점.
‘나의 최적 상태’를 매일 새롭게 연산하는 훈련.
이것이 칼날 위의 물방울 같은 Lean Mass-Up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