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3대 500 2부

4장 어화둥둥 내사랑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by 투명물고기

어부바.

그 말에는 오래된 숨결이 있다.

세상의 모든 언어 중에, 이토록 부드럽고 강한 말이 또 있을까.

그건 단순히 누군가를 업는 동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두 생명이 한 리듬으로 호흡하는 행위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등 위가 뜨거워진다.

누군가를 짊어지고,

내 몸을 기울여 균형을 맞추던 시간들이 돌아온다.

살을 대고 무게를 나누는 일.

그건 사랑의 가장 물리적인 형태였다.


살아오며 나는 여러 무게를 업었다.

책과 불안, 상처와 자책, 그리고 사람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를 견디는 힘이라는 것을.

무게를 버티는 동안만 관계는 살아 있고,

그 무게를 감각하는 순간 비로소 존재가 진짜가 된다.


그 오래전,

회현동 역 앞의 햇살이 쏟아지던 날이 있었다.

가볍게 걸친 점퍼와 구두 냄새,

내 손을 이끌던 손의 온도.

나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나’를 경험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있었으니까.


기억 속의 그는 멋진 사람이었다.

도깨비시장에서는 미국 과자를 사고,

가죽 조각을 이어 가방을 만들고,

동전을 모으며 나를 웃게 하던 손.

하지만 그 손이 나를 떠난 후에도,

나는 그 손의 각도를 잊지 못했다.

햇살이 내 얼굴을 덮을 때마다

그 손이 살짝 방향을 바꿔 그늘을 만들어 주던 기억.

그건 “사랑한다”는 말보다 정확한 신호였다.


그날의 나를 업은 사람은,

어쩌면 나를 사랑한 마지막 어른이었을지도 모른다.

뚱뚱한 몸을 업은 그가 숨을 고를 때,

나는 내리고 싶지 않았다.

숨을 참아 내 무게를 줄이며,

그의 숨결에 나를 맞췄다.

그때의 내 심장은 아직도 그의 등에 붙어 있다.

내 몸의 기억 속에는 그 온도가 아직 불타고 있다.


세월이 흘러 나는 나만의 등을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를 업을 수 있는 몸.

말보다 확실한 언어를 가진 근육.

어부바는 다시 내 몸 안에서 되살아났다.

어깨와 척추, 팔과 허벅지의 힘이

한 사람의 삶을 잠시 떠받치는 기둥이 되었다.


그 무게는 가벼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누군가를 업는 순간 내 마음의 중심은 고요해진다.

무게는 분명하지만, 그 무게가 나를 세운다.

나는 그때 비로소 “살아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세상은 가벼움을 예찬하지만,

진짜 회복은 무게 속에서 일어난다.

견디는 등,

흔들리는 허리,

숨이 차오르는 가슴.

그 모든 감각이 “살아 있음”의 공식이다.


이도령이 춘향에게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라 말한 것은 농이 아니다.

그건 생의 초대다.

“나에게 네 무게를 맡겨라.”

사랑은 늘 이렇게 물리적인 방식으로 도착한다.

입맞춤보다 깊고, 말보다 정직하게.

등과 등을 맞댈 때,

두 존재의 온도가 서로를 연산한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업는 일이다.

무거워도, 고단해도,

그 무게를 통과해야 나 자신이 완성된다.

나는 지금도 그 공식을 믿는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그렇게 무거운 걸 왜 업고 가요?”

나는 웃는다.

“그게 내가 살아 있는 방법이에요.”


이제 나는 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훈련된 감각, 근육의 기억,

끊임없이 반복되는 연산의 결과.

어부바는 그 모든 기술의 결정체다.


하나의 몸이 다른 몸을 들어 올릴 때,

그건 단순한 포옹이 아니라

‘회복의 수학’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무게와 무게가 더해지면서

오히려 한쪽이 가벼워지는 기적.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운동.


이것이 나의 Lean Math-Up이다.

사랑을 계산하는 근육,

돌봄을 방정식으로 재해석하는 시도.

그 어떤 수식보다 정밀하고,

그 어떤 훈련보다 생생한 공식.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내 등을 곧게 세우고,

허리를 단단히 묶고,

숨을 들이마시며 세상을 업는다.

어부바는 여전히 나의 훈련이다.

무게를 견디는 힘이,

사랑을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니까.


어화둥둥, 내 사랑.

이리 오너라.

오늘도 나는 누군가를 업고,

다시 세상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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