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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Oct 18. 2023

살림의 여왕? 아니, 수습의 달인!

어린애들과 나의 공통점이 있다.

뭘 해도 어설프고 우당탕탕 망치기 일쑤라는 점이다.

살림을 하다 보면 종종 실수가 나온다.

욕조에 물 받다가 깜박해서 화장실 밖까지 쏟아져 나오게 하기.

산더미처럼 쌓아둔 빨랫감 물 위에 떨구기. 요리하다가 온 벽에 기름 튀기기 종류별로 다양하다.

똑같이 망치지만,

내가 애들과 다른 점은 바로 스스로 수습한다는 것이다!





어른은 수습한다


살림도 그렇지만 일상생활도 비슷하다.

가만 보면 일을 추진하고 벌이는 사람과,

수습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나는 추진력이 있는 사람을 종종 부러워하는데,

일을 벌이고 결과를 얻는 추진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일단 필요한 일을 시작하게 만들어주고, 어떤 방향이든 나아가다 보면 활로를 찾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쟁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강조하고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

바쁜 일정과 다양한 업무로 시간이 없어 일을 빨리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을 벌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수습'이다.

수습은 누군가 벌인 일을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수습이라는 것은 곧 정리를 의미하고,

무슨 일이든 정리가 잘 되어있어야 효율적으로 집중력과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왜 수습해야 하는가?


물론 내가 수습하는 것은 주로 내가 벌인 일의 결과이다.

살림도 육아도 일상생활까지도.

과거의 내가 벌여놓은 많은 일들 중 육아를 하면서 특히 수습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었다.

아이가 바닥에 우유를 쏟거나 흙을 먹으려고 하거나

티브이 앞에서 몽둥이 같은 걸 들고 어슬렁거리거나,

절대 나중으로 미룰 수가 없고 빨리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대충이 되었든 어설프든 간에 무조건 땜빵은 해두어야 한다.

놀랍게도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해내긴 한다는 책임감이 형성되었다.

수습만 잘해도 어느 정도 살림이 굴러가는데,

대신 나 스스로 수습은 꼭 해야만 한다.





수습은 순발력이고 엉덩이 싸움이다.

공부할 때처럼 오래 앉아있는 싸움이 아니라, 누가 엉덩이를 빨리 떼는가이다.

열심히 살림하며 수습에 힘쓰다 보면,

우리의 생활 품질과 편안함이 증가한다.

수습을 잘하는 사람이 살림도 잘한다.

아마 그 외에도 모든 분야에서 일맥상통하겠지만, 일단 내가 겪은 위주의 장점은 이렇다.



수습의 장점


1. 수습은 기술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수습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서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온다.

아이가 쏟은 물에 일단 수건을 던진다던지,

울면서 떼를 쓰는 아이에게 동물농장에 나올 것 같은 새소리를 내면서(호로롤로 롤로) 일단 진정시킨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가며 좋은 문제 해결능력을 가진 사람은,

집안의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2. 수습은 책임감과 인내력을 키워준다.

내가 아니면 이걸 해결할 사람이 없어서 하는 수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수습을 하고 나면 이것을 내가 해냈다는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수습은 대부분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데,

폭발하지 않고 조용히 빨리 수습하는 것을 습관화하다 보면

살림과 업무를 처리하는데 중요한 인내심이 강화된다.



3. 수습은 조직과 계획을 수립하는 습관을 강화한다.

수습도 자기만의 매뉴얼이 있다. 수습은 실수를 반성하고

다음번에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세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졌을 때 뭐부터 먼저 처리할지는 경험으로 알게 된다.

그 경험으로 매뉴얼이 생기고 나면 다음번 수습을 할 때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수습의 달인


사람이 일을 벌여야 0에서 뭐라도 시작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수습을 잘해야 그것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시작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다.

임기응변이라고는 해도 수습을 하다 보면 순발력이 늘어나고,

그것은 또다시 자기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실패와 어려움을 수습하는 데 긍정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조금은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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