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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Feb 21. 2024

내 맘대로 좀 됐으면 하는 내 인생!

항상 부러운 마음으로 살았다. 마음먹은 대로 척척 잘 해내고 사는 사람들.

이번 시험에 꼭 붙어야 돼하면 이번 시험에 합격자수가 갑자기 늘고, 

정원이 100명인 시험에 딱 100등을 해서 문 닫고 들어가는 사람들.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어라고 생각하면 

마치 운명처럼 갑자기 저쪽에 자리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이동해 버리는.



내 인생은 항상 반대인 기분이다. 100등을 해서 딱 붙은 시험도 없고,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살다가는 반드시 101등이나 102등을 한다.

그래서 뭔가 원하는 게 있다면 아예 상위권을 하거나 그냥 포기해 버려야 한다.

100명을 뽑는 시험에 어설프게 10,11등을 한다. 그렇게 해야 겨우겨우 합격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1등으로 최상위로 가는 것도 아니고 진짜 진짜 어설프게)

그야말로 가성비는 더럽게 없고 쓸데없는 고생만 하는 심정이다.



그래서 항상 나는 나의 성공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운이 통할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 이번 시험에 100명을 뽑을 거야 하면,

완전히 열심히 하거나 아니면 또 뭣 같은 등수로 탈락하겠구나 생각이 들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흥미가 들지 않는다.

적어도 40까지의 인생에서 아직까지는 어설프게 배운 지식을 유용하게 활용한 경험도 없다.

대학 때 전공한 언어는 단 한 번도 입을 떼 본 적 없고, 취미로 배운 악기는 그냥 창고서 썩는 중이다.



20명 뽑는 청약 아파트는 쓸데없이 1등 점수로 붙고,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하향지원으로 합격했다.

게다가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 사람들이 옆에서 과잉 걱정이라며 

이번엔 잘 될 거라고 응원해 주지만,

꼭 그렇게 내가 생각한 대로 실제로 되어버리는. 그럴 땐 더 싫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먼저 타 지역으로 발령됐고, 나는 아이 셋을 혼자 보면서 사택이 나오길 대기하는 중이다.

1월부터 이삿짐을 싸면서 이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매우 더디게 줄어드는 대기 숫자..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내 차례도 오겠지.

차라리 아예 포기를 하고 준비를 안하면 좋으련만.

혹시 되려나? 이번엔 되려나? 희망고문 하면서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그러던 중 드디어. 우리에게도 차례가 났다. 2개월만이었다.

배정 동호수가 발표되는 일주일을 기다리며 달력만 계속 쳐다보았다.

이번에 진짜 가는 구나.. 모든 일정들을 세팅하며 발표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회사에서 발령이 한번 더 났다. 

그리고 마침 그 발령을 받아 집을 신청한 사람이 간발의 점수 차로 하루만에 당첨이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무기한의 대기 상태로, 전혀 달갑지가 않은 대기번호 1번으로 남게 되었다.



다음 수순은 안 봐도 뻔하다. 아마 우리는 다음 턴에 집이 30 채정도 한꺼번에 쏟아질 때,

아무 의미도 없는 1등으로 집을 배정받게 될 것이다.

내 인생에 가성비랑 효율이란 것은 없다.

문 닫고 들어가는 행운? 어림없는 소리.

기어이 1등을 해야만, 어찌어찌 틈에 섞여 흘러갈 수가 있다.



그래. 이번에 밀리면 일이 좀 늘어나는 것뿐이다.

방학기간 이사는 끝났고 학기 중에 모두 전학을 시켜야 한다.

아이 셋 학교에 모두 각자 전화를 드리고, 이사업체는 미루고, 청소도 미루고, 

짐정리는 해봐야 당장 써야 할 물건들이 있으니 좀 미루고, 애들은 입소 텀이 안 맞으면 집에 좀 데리고 있고,

애아빠랑 주말부부를 좀 더 하고, 며칠만 더 참고, 며칠만 좀 더 불안해하고 그것뿐이다.





근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뭔가 억울하다. 왜 나에게

운 좋게 시원하게 넘어가는 구간이 없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 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지?

왜 내 순번만 계속 밀리고 운이 안 따르지? 다들 내가 잘 되는 게 싫은가?

그 와중에 남이 잘되는 건 왜 계속 보고 있어야 되지? 왜 왜? 응?



가성비와 행운이 없는 삶. 그래서 더 열심히 살고 애를 태워야만 돌아오는 기회.

왠지 모를 억울함과 불안함이 항상 따라다닌다.

"취미로 **에 도전해 봤는데 대박이 난 사연! 잘 나가는 대기업을 3번째 그만둔 내가 이번엔 **으로 변신한 사연!"

인생을 게임처럼 즐기며 보여주는 거의 자유의지 그 자체인 사람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

내가 대박이 나려면 그들의 이야기보다 10배는 더 노력해야 되니까.



이제 억지 긍정 파워는 집어치우겠다. 

찌르면 당장 터질 것처럼 스트레스받는데 계속 괜찮다고 되뇌던 과거는 잊고,

그냥 스트레스 상태임을 인정하고 성질 한번 내야겠다.

아 왜 이렇게 쉽게 되는 게 없지? 

정말 짜증 나. 나도 내 맘대로 좀 되고 싶다고!!!



나에게도 언젠가 오히려 좋아를 외치는 날이 오기는 오는가?

모든 일이 계획에서 어긋나 버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게 더 나았어 허허. 하는 날이 과연 있을까?

지금 생각으로는 그런 일이 있을까 싶다. 

그저 더 나쁜 상태가 아님을 다행으로 생각할 뿐,

장밋빛 결과에 기뻐하며 역시 될 놈은 된다니까! 낄낄거릴 일은 없을 거다.





사실 잘 모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이 과거에 대한 불만도 없이 살아가려면

할 수 있는 건 그냥 현재에 집중하는 일뿐이다.

내 삶의 가치는 생산성이나 행운에 의해 정의되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 샤부샤부라도 끓여 먹을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렇게 열이 받는데!

비가 쏟아지는 아침부터 차가 방전이 되고, 낡은 집 가구에서는 퇴치도 어렵다는 신종 벌레가 20마리 출현했고,

막내는 벌레가 무섭다며 새벽까지 울면서 잠을 안 자고... 죽을 맛이다.



이럴 때는 그 어떤 긍정멘트도 날리지 말고 그냥 잠자코 가만히 숨을 쉬어 보자.

여전히 불쑥불쑥 울화통이 터지지만, 빨리 이 폭풍도 지나가길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나를 달래 가며 하루를 지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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