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꾸 화:화가 나는 상:상태
그림을 보고 어떤 자극이 치미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발가벗겨진 기분마저 들었다. 영화 『에곤 쉴레_욕망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에곤 쉴레의 그림을 몇 점 언뜻언뜻 보게 되었다. 미술사나 미술 기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나름 분위기는 느길 수 있다.. 영화 속 "에곤 쉴레"의 이미지는 가련한 너드미(Nerd+美)를 물씬 뿜어댔다. 너드미(Nerd+美)한 매력이 한껏 풍기며 퇴폐와 욕망을 자극하듯 적나라한 표현의 그림과 그림체.
왠지……. 따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안타깝게도 그림의 재능이라고는 소시오패스적 낙서나 선긋기에 불과했으니, 도무지 비슷하기는커녕 그려 놓고 이게 뭐지……. 형태마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최악 혹은 죄악이다. 손을 그렸는데, 발을 그린 게 아니냐? 같은 호사 따위도 생기지 않았으니, 더 말해본들 얼마나 재능고자였겠나!
인터넷을 통해 에곤 쉴레의 작품들을 훑어보다가 어딘가 익숙한 그림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이 아마 「자화상 2」였나? 그저 손발이 없이 셔츠와 반바지만 입은 채 하늘을 삐딱하게 쳐다보고 있는 그림이다. 그게 하늘인지 아니면 자신의 머리보다 높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림 속 남자의 눈에서 몹시 아니꼽고 못마땅한 시선을 읽었다. 단지 내 머리 위에 있는 것들에 대한 병적 혐오나 경멸을 넘어 자신과 시선을 수평적으로 맞주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고 깨달아 버린……. 허망함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상대방 시선에는 늘 "내가 왜?"란 거부의 뉘앙스가 배어있고, 마땅한 보상 없이는 자신의 행동에 가치를 염두하지 않는 자본주의, 실리주의 따위보다 더 쾌락적 이념을 운명이라 여기는 듯한 확신. 그런 것이 퍽, 거울을 보듯 마치 자신과 똑 닮았다고 말이다. 자기와 똑 닮은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그림이 그냥 "에곤 쉴레" 자신과 닮아 있는 것!
어쩌면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나와 똑 닮았다고 느낀 게 아닐까? 그리 느꼈다고 인정하고 무척 자존심이 상한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썩 유쾌하지 않지만 매우 불쾌한 것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