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너무 완벽하더라니
결혼 10년 차. 애틋했던 신혼을 지나 아이를 낳고 키우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주말부부로 자주 연락은 못 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고 생각하며 연락 없는 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위해 일을 마친 뒤 숙소에 도착해 영상 통화를 했다. 어제도 끝나고 저녁을 먹은 뒤 숙소에 도착한 남편과 8시쯤 통화를 했다. 큰 아이는 백점 받은 받아쓰기 이야기를 했고, 작은 아이는 주말에 함께 갔던 놀이동산에 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남편의 숙소는 놀이동산과 가까이 있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아빠 숙소에 갔고, 함께 놀이동산을 갔다. 남편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은 동물원에 갔다. 주말에 신나게 논 탓인지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한 아이들은 바로 잠이 들었다. 월요일 아침.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깨워 학교와 유치원에 보냈다. 지쳐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서둘러 씻기고, 저녁을 먹은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후 전화한 남편과도 짧게 통화를 끝냈다. 남편도 힘든 월요일을 마친 터였다. 우리는 모두 9시가 되기 전 꿈나라로 향했다.
전날 일찍 잔 덕분인지 5시에 눈이 떠졌다. 잠을 푹 자 상쾌한 아침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잠들어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탔다. 이어폰을 끼고 Coming Up Rose를 틀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침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식탁에 앉아 어제 읽던 책을 펼쳤다. 이어폰의 노래가 멈췄지만 그대로 이어폰을 귀에 꽂아둔 채 책을 읽었다. 평온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일어날 것이고, 아침밥을 먹인 뒤 학교에 보내면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다. 더구나 오늘은 방과 후 수업이 있는 날. 요가 갔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렀다 올까? 저녁 5시까지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에 황홀해졌다.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잠을 푹 잔 아이들의 얼굴도 밝았다. 아침밥을 먹고, 옷을 입히고, 학교에 데려다줬다. 다시 돌아와 먹었던 접시들을 씻고, 청소기를 돌린 후 요가를 하러 갔다. 모든 게 완벽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남편에게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