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꿈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부재중 전화 5통.
운동하느라 무음으로 해놓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남편에게 부재중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전화 안 받네. 나 지금 서울대병원이야. 눈을 다쳤는데, 응급으로 수술해야 된대. 문자 보면 연락 줘. 혹시 전화 안 받으면 010-123-4567로 전화해. 같이 온 직장동료야.‘
요즘 보이스피싱은 정말 따라잡을 수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제 통화버튼을 누르면 남편의 직장동료란 사람이 전화를 받을 것이고, 그 사람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하겠지. 얼마나 요구하려나? 천만 원? 이천만 원? 다행히 남편과 보이스피싱에 대비해 암호를 만들어두었기에 미소를 지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한번, 두 번, 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 건너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예상과 다른 남편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응? 오빠? 오빠 지금 어디야?"
"응. 지수야. 많이 놀랬지? 나 지금 서울대병원이야."
"..."
"여보세요? 지수야. 놀랬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어떻게 된 거야?"
"일하다가 눈에 뭐가 들어갔는데, 안과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서울대병원으로 왔어. 걱정할까 봐 연락 안 하려고 했는데, 응급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당연히 해야지. 수술은 언제 하는데?"
"검사를 더 하고 담당 의사를 만나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1시간 넘게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서울대병원이라고 했지? 지금 출발해서 갈게."
"응. 조심해서와."
운동한다고 걸어서 온 게 이렇게 후회될 줄 몰랐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그 흔한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집을 향해 뛰었다. 걸어서 20분 거리인 집이 제주도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