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기치 못했다.
"다 됐어요?"
"아. 잠시만요."
탁!
"앗!"
"어? 괜찮으세요? 제가 좀..."
"아씨. 만지지 마요. 눈에 뭐가 들어갔는데... 병원 가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물이라도 가져올까요?"
"아니. 만지지 말라니깐요! 일단 사무실로 갈 테니깐 작업 마무리하고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민수는 사무실로 향하며 소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작업현장 점검하다가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요. 홍 과장이랑 안과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소장님과 전화를 끊은 민수는 동갑내기 친구 홍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호야. 나 망했다. 눈에 뭐가 들어갔어. 안과 가야 되는데, 운전 좀 해줘. 소장님한텐 말씀드렸어."
"괜찮아? 많이 다친 건 아니지? 지금 어딘데?"
"몰라. 눈에서 퍽 소리가 났는데, 앞이 안 보여. 지금 사무실로 가고 있어."
"별거 아니겠지. 일단 알겠어. 시동 걸어놓고 있을 테니깐 차로 바로 와."
파편이 튀었다 생각했다. 퍽 소리가 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준호와 운이 나빴다는 얘길 하며 근처 안과로 향했다.
- 안과
“김민수 님.”
“네.
“진료 보실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네.”
“어떻게 오셨죠?”
“안전관리잔데, 작업 확인하다가 눈에 뭐가 들어갔어요. 파편이 튄 것 같아요.”
“그래요. 어디 한번 봅시다.”
“턱, 이마 앞으로 대세요.”
“... 지금 그런 거예요?”
“네.”
“파편이 눈을 뚫고 들어갔어요. 내가 소견서 써줄 테니깐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요. 일반 진료 말고 응급실로. 그래야 눈을 살릴 수 있어요. 알겠어요?”
“네?”
의사가 준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지금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요. 바로 수술 안 하면 눈 잃어요."
잠시뒤, 준호가 간호사에게 서류를 받아왔다.
“야, 망했어.”
“별거 아닐 거야. 여기서 서울대병원이 제일 가까우니깐 거기로 가자. 응급실로 가래.”
“어. 수술할 수도 있으니깐 와이프한테 전화해 놔야겠다.”
“제수씨 어떡하냐. 걱정 많이 하겠다.”
“아 몰라. 아프기도 진짜 아프고. 내 눈 어떡하냐고. 아니 그 새낀 작업 끝났냐고 물어보는데, 왜 망치질을 하냐고.”
“일단 빨리 병원으로 가자. 재수 씨한테 연락하고.”
“전활 안 받아. 아. 망했어. 아. 아. 내 눈!"
"괜찮을 거야. 빨리 가라고 그렇게 얘기한 걸 수도 있어. 조금만 참아. 빨리 갈게."
"... 근데, 준호야. 진짜 미안한데... 담배... 한 대만 피자.”
금연 성공 후 새로 산 차에서 절대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준호는 민수를 보며 참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딱 한 대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