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서야 야간버스에 올라탔다. 헝가리에 살았던 6개월 중 3일이 지난 밤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도착해 있을 듯?
민이 말을 하자마자 버스의 불이 꺼졌다.
거리의 노란 불빛들은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 따라왔다. 창문으로 건물이 아닌 휴대폰을 만지는 민과 나의 얼굴이 비칠 때서야 머리가 조용해졌다.
드디어 두근거렸다. 아, 이제 시작이다. 사실 몇 번째 두근거림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진짜 같은 시작의 느낌을 받아서일 것이다.
프리무버를 지원한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후부터 부다페스트에 도착해서까지도 준비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지워내느라 바빴다. 무엇인가 어긋날 것만 같은 생각은 이제 없다. 지금부턴 다를 것이다. 즐기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그대로 뱉어내며 잠에 들었다. 낮에 바꾼 유럽의 통신사에서 제일 먼저 나의 시작을 축하해 주었다.
크로아티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데이터 추가 비용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세요!
하얗고 큰 배들이 선착장에 모여있다. 버스에서 내렸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크로아티아의 대자연을 경험했으니 스플리트의 뜨거운 해변을 즐길 차례였다.
눈이 부셨다. 모든 것이 반사판이었다. 바다도 하얀 돌바닥도 빨간 지붕들도 어느 것 하나 차가워 보이는 게 없었다. 캐리어를 끌다 마주친 해변에 멈춰 섰다. 민과 나는 빨리 몸을 던지고 싶었다. 저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었다.
숙소에서 간단한 입실 안내가 끝나자마자 캐리어를 펼쳐 수영복을 찾았다. 선크림을 발랐고 발라주었다. 비키니를 입으니 발라야 할 면적이 늘어났다. 배꼽 부근에 선크림을 바르는 것이 처음이었다. 이 똥배. 시리면 아플까 꽁꽁 덮고 산 세월에 걸맞게 아주 뽀얗다.
해변으로 향하는 줄 알았던 오솔길의 끝엔 포구 같은 작은 아스팔트 길이 있었다. 걸음을 옮기지는 않았다. 거칠한 바닥에 수건을 두고 앉았다. 축축한 언덕에 등을 대었다.
잔뜩 젖은 몸으로 수영 사다리를 올라오는 가슴에 털이 많은 아저씨, 수도 손잡이를 돌려 바다의 짠 끼를 씻어내는 커플, 내 앞을 뛰어가는 아이와 느긋이 뒤를 따르는 아이 아빠. 사람들이 풍경이 된다는 걸 느꼈다. 이 정도면 사람 자체는 자연으로 포함시켜줘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그들을 마음껏 감상했다.
서둘러 준비 운동을 했다. 방수팩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처음 비키니를 입은 나도 처음 수영복을 입은 민도 멋진 포즈를 잡기엔 민망함이 컸다.
야, 됐어 됐어. 들어가자 그냥. 금방이라도 뛰어들어가려는 말과 다르게 모든 게 순차적이었다. 발바닥이 거칠한 아스팔트에 닿았다. 미끌한 스테인리스 사다리에 닿았다. 밀려오는 물살에 갑작스레 닿았다. 미소가 번졌다. 손잡이를 놓았다.
여름이 왜 좋냐고 물으면 이 감정을 전해줄 것이다.
바다가 왜 좋냐고 물으면 이 풍경을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