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적 안정 전략(ESS), 존 내쉬, 게임이론, 팃포탯 전략
나의 생존전략이 최상인지 아닌지는 다른 존재들이 어떤 전략에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 매파는 언제나 전력투구로 싸움을 하고, 비둘기파는 싸움을 피하고 타협하려 든다. 매와 비둘기가 만나면, 비둘기는 도망을 가기 때문에, 매에게 큰 이익이 돌아간다. 그러나 매끼리 만난다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워, 양쪽 다 큰 손실을 입는다. 반면에, 비둘기끼리 만난다면, 평화적으로 타협해서, 양쪽 다 일정 부분의 이익을 가져간다. 매는 반드시 비둘기를 이기기 때문에, 매가 유리할 거라 생각하지만, 집단 내 매가 많아진다면, 매끼리 만날 확률이 높아지고, 매끼리 싸워 부상을 입고 죽을 수도 있다. 집단에 매가 많다면, 숨죽이고 살아가는 비둘기가 유리해지고, 비둘기가 많아진다면, 비둘기 몫을 뺏어가는 매가 유리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 100%와 비둘기 100% 인 상태는 둘 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 아니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은 매와 비둘기의 전략이 적절한 비율로 혼재된 전략이다. 모든 개체들이 이 전략을 쓰는 상황에서는 돌연변이로 다른 전략을 들고 나오는 개체가 있더라도 그 개체는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일진에게 괴롭힘 당하는 빵셔틀이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일어서서 무기를 들어야 한다. 네가 나를 힘에서 이기기야 하겠지만, 너도 데미지를 입는다는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 빵셔틀은 잃을 게 없고 일진은 잃을게 많다. 일진이 빵셔틀과 호각세로 싸우게 된다면, 일진들 사이에서 찐따로 낙인찍히고 학급 아이들에게도 허세 부리는 좁밥 취급을 당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기습공격도 좋은 방법이다. 갑자기 뒤통수를 둔기로 가격 당하면, 그 누구라도 대처할 수 없다. 저 새끼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내성적인데, 빡치면 싸이코로 돌변한다는 평판은 학교생활을 쾌적하게 보내는 데 있어, 최선의 카드이다. 물론, 얻어맞는 것은 두렵다. 그것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당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공포스럽다. 자신이 없다면, 그냥 조용히 빵셔틀로, 샌드백으로 학교생활을 보내도 상관없다. 자살할 정도만 아니라면 말이다. 중국 올타임 넘버원 장군 한신은 젊었을 적, 동네 일진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훗날, 한나라의 총사령관이 되었다. 인생은 길고, 쪽팔림과 괴로움은 일시적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도 5:5 미팅을 경험하면서 비슷한 맥락의 게임이론을 고안해냈다. 여자 5명 중 퀸카가 한 명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모두 퀸카에게 알랑방귀를 뀌며, 적극적으로 어필을 한다. 그러나 퀸카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남자는 한 명뿐이다. 나머지 4명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려보지만, 여자들은 기분이 상한 상태이다. 총 10명 중 행복한 사람은 퀸카 킹카 커플 2명밖에 없다. 사회적 후생 관점에서 좋은 결과가 아니다. 연애, 데이트, 결혼의 목적은 가장 매력적인 이성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잘 맞는 적절한 이성을 만나 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데에 있다. 만약 퀸카에게 대시하지 않고 서로 눈치를 보다가 적당한 수준의 짝에게 대시를 한다면, 10명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다.
절대권력인 왕이 왕국의 모든 여자를 차지하려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여자를 혼자 독차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여자를 차지하지 못하는 일반 백성 남자들의 불만으로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부하 병사들도 내 편이 아니라, 쉽게 목이 따인다. 합리적인 방법은 왕국에서 가장 이쁜 여자만 왕이 차지하고 일반 백성들은 결혼이라는 일부일처제의 제도를 만들어주어,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다.
팃포탯 전략은 반복게임에서 가장 우수하고 강력한 전략이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전략임에도 내용은 너무나 심플하다. (1) 처음엔 항상 협력하며 (2) 이후에는 상대방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한다. 내가 먼저, 협력을 했는데 상대가 배신을 하면, 나 역시 그다음 차례에선 응징을 가하고, 상대가 협력을 하면 나도 따라서 협력한다. 무한선 전략, 교활한 사기꾼, 불한당, 뒤통수 전략들이 도전해봤지만, 그 어떤 전략들도 이 심플한 팃포탯을 이기지 못한다. 세상사도 그렇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서가 아니다. 좋은 사람으로 살겠다는 굳센 의지와 사명감으로 그런 것도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어, 서로 협력하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생존전략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 인체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범죄자,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일베, 페미, 일진, 정치병환자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에 유리하다. 배신하고 선제공격하고 상대를 착취하여, 지금 당장 이익을 본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그렇지 않다. 내가 먼저 나쁜 짓을 하였기 때문에, 남이 나를 해코지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항상 경계하며 살아가야 한다.
많은 청년세대는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아직 나의 턴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은 컴컴한 쥐구멍인 것 같지만, 반드시 볕 들 날은 온다. 턴이 왔다. 주사위는 6이 나올 수도 1이 나올 수도 있다. 6이 나왔다면, 이제 만족감을 얻었을 것이다. 1이 나왔다면 실망했겠으나,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나의 생존에 대해,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고, 같은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