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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Nov 30. 2024

다산청렴연수원과 수류화개의 추억

강진다산청렴연수원과 수류화개의 추억 (2021.9.27.~2021.9.29.)

     

몇 해 전 강진다산청렴연수원의 2박 3일 연수에 참가했다. 대구 사무관 연수 때 동기들끼리 신청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신청하자는 약속을 못 한 채 헤어져 아쉬움만 남았다. 그러던 이태 후 가을날, 로주 샘이 공지가 떴다며 연락이 왔고 홍 사무관도 동참했다.

      

그렇게 강진다산청렴연수원의 공직자 청렴 연수에 참여하다.

낮에는 연수원에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밤에는 푸소 농가에서 묵는 형식인데 그때도 백련사, 다산초당, 사의재, 다산박물관 등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전에도 익히 개별여행으로 와 본 경험이 있어서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온통 다산으로 어우러진 도시는 그에 걸맞은 자부심이 있었다. 특히 그때는 공직자의 마음가짐에 초점을 둔 교육이었기에 나름 다부진 자신만의 열의와 자부심을 가졌던 기억이다. 청백리를 지향했을까.

    

그곳에서 밤에는 푸소 농가에 묵었는데 달빛 한옥마을의 ’수류화개‘ 안 주인의 환대를 받는다. 여주인은 쪽빛 염색 조각보 커튼과 십자수 장식 등으로 집을 꾸미고 인사동의 찻집과 청담동의 한식집에서나 볼수 있을법한 상차림을 선보였다. 종류의 텃밭 음식으로 반찬을 마련하고 후식으로는 직접 담근 청귤 차와 4색 과일,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솜씨를 발휘했다. 2박 농가, 퇴임 경찰관 댁에선 송편과 삶은 밤, 그리고 전복찜과 매생잇국으로 우리를 칙사대접했다.

    

그 후 나는 집으로 손님을 초대할 때마다 그때 대접받은 상차림을 참고한다.

낙지 무침, 돼지고기찜, 홍어 묵은지 삼합, 고등어구이, 가지나물, 콩나물 미나리나물, 멸치볶음, 토란대 들깨 볶음, 도라지 오이생채, 돌나물 된장소스 샐러드, 열무 깻잎 상추쌈, 황태 두붓국, 우거짓국, 죽순 들깨 볶음 등의 메뉴이다.  


기억을 더듬어 수류화개에 전화해 그 전에 연수원생으로 하룻밤 묵었다고 했더니 반가이 응대하였다. 예상대로 방이 없다고 대답했는데 하룻밤에 2인 160,000원이라고 했다. 자유여행에 한 번쯤 다시 가고픈 숙소이나 우리는 이미 예약한 곳이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를 가지고 나주역으로 마중 나온 경희 언니를 만나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나의 옛 근무지 나주교육지원청에도 가보고 한바퀴 시내 구경을 했다. 나주역에서 내려 다시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일행은 먼저 올려보내고 나는 중간 기착지 그 도시의 플랫폼에 내려 그를 만나다. 거의 한 시간 용기를 낸 만남은 플랫폼 의자에 앉아 예약해 둔 다음 열차가 다가올 시각까지였다.   

  

재직기간이 그래서 좋은 거다. 그때는 주인공이었으나 지금은 다분히 과객의 느낌이다. 한 발 비켜난 퇴임자로서 그때를 추억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니 말이다.

    

경희 언니도 퇴직하여 역으로 차를 가져오지 않았고 근무지 교육청에 다시 가보는 것도 의미를 퇴색한 행위다. 플랫폼의 만남을 행하기도 이미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고 그곳엔 내 추억만 부유하고 있다.

     

지금은 다만 그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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