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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Dec 05. 2024

강진 가우도 일주

강진 가우도 일주(‘24.11.00(목)   

  

가우도는 곽 장학사님의 추억이 있다. 

    

첫 임지였던 남쪽 바닷가 교육청에 근무할 때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었던 분이 부임해 오셨다. 제28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밀물과 썰물에 관한 우리들의 관찰>이라는 주제로 대통령상을 받았던 강진 가우도 분교의 지도교사였던 분이 장학사로 오신 것이다. 그런 분과 동료로서 지내는 게 신기하게 생각하여 잘 지냈는데 훗날 그분은 강진 교육장과 완도 교육장으로 역임하셨다는 보도를 접하고 반가웠다.  

   

가우도 일주를 계획한 날 아침, 숙소의 어르신은 그분을 잘 알고 계셨다. 아주 반가워하셨을 텐데 아쉽다고 하셨다. 강진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시면서 지역의 유지로 존경을 받았다고 하며 가우도 분교의 학교터를 알려주셨다.  

   

바닷길을 따라 섬 앞에 도착해 차를 주차한 후 다산 다리를 건너 가우도로 진입했다. 섬으로 가는 길이 이리 간단한 행로인데 그 당시에는 학생이 6명뿐인 섬 분교이고 들고 나는 길이 열악해서 벽지 점수의 대상이었다니 당시를 상상해본다. 섬을 오른쪽으로 돌아 데크길을 걸으니 몇 해 전 스물이 넘는 친구들과 왔었던 모노레일과 짚트랙 승차장이다. 그때는 왁자지껄 한없이 어울리며 수학여행을 온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기억이 난다. 주중인지라 운행하지 않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면서 청자 다리 중간까지 걷는다. 

    

섬을 한 바퀴 돌기 위해 오솔길을 거쳐 몇 해 전에 완성됐다는 출렁다리를 건너 해안 데크를 걷는다. 굳이 이 지점에 출렁다리를 세운 의도는 알겠으나 내 마음엔 마땅치 않았다. 숲길을 빠져나온 바닷길에

다산 정약용 쉼터를 만나다. 이곳의 안내판에 의하면 유배지의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을 만나 이곳에서 잠깐 머물렀던 곳이라는데 아들에게 이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애틋했을지 못내 마음이 짠하다. 

    

한 바퀴를 완전히 돌아 다산 다리 조금 못 미쳐서 폐교된 가우도 분교의 터를 만날 수 있었다. 작은 표지석 하나도 세워지지 않은 세월의 뒤안길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그곳에 자리했을 영광의 시간을 짐작하면서 평생 학교 밥을 먹은 이의 감회는 새삼 새롭다.  

    

귀로에 가우도를 뒤돌아 바라보니 찐빵을 네댓 개 뭉쳐놓은 듯 구획이 나뉘어 보인다. 짚라인과 모노레일로 대표되던 곳. 강진 하면 늘 주된 뒷배경으로 쓰이던 가우도를 다녀가면서 나는 아주 오래전 초임때 동료였던 장학사님을 추억한다.  

   

간단한 조리가 곤란하다 안내 하시던 숙소의 인연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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