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기 전날, 마냥 신나서일까. 휘뚜루마뚜루 해치운 김장이 허여멀겋게 김장통을 채우고 있다. 관광차 안에서 친구들이 그랬다. ‘육수를 진하게 우려내야 해’ ‘김칫소를 숙성해야 해.’ ‘낱낱이 꼼꼼히 양념칠을 해야 해.’ ‘김치통 윗면에 천일염을 뿌려야 해. 나의 김치 작업에 모두 한 마디씩 보탠다.
급한 마음에 발왕산 케이블카도 염두에 없다.
덧 작업 중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육수를 진하게 우리고 찹쌀죽을 쑤어 식힌다. 과일을 갈고 무도 넉넉히 믹서기에 간다. 새우젓과 멸치액젓을 넣어 양념소를 만들어 둔다. 고춧가루도 넉넉히 준비한다. 한참 동안 숙성을 위해 기다린다.
가득 담긴 김치통을 모두 다시 꺼내 넓은 대야에 덜어내어 켜켜이 쌓는다. 잠시 쉬어야 한다. 아니 몸이 개운해질 때까지 요기하고 기다려야 한다.
배추 뿌리에 소금을 조금 얹는다. 그리고 됨직하게 준비된 양념소를 켜켜이 가미한다. 한 조각을 마치고 갈무리할 때의 기분이라니. 하지만 한 가지 문제는 있다. 80k, 이리 쌓인 김치에 언제 다 덧 작업을 해야 하나. 마치니 오후 두 시다.
이제야 남도식이 되었네.
”그래, 김장은 남도식이지“”얘들아, 이제 괜찮아졌다“
강진 일주일살이를 정리한다. 가장 많이 자랑했던 시간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행복했던 시간이다. 올 한해 드물게 실속있게 살았고 역설적이게도 ’근무하지않고 이리 자유로이 살았어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함께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