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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노노 09화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당신

by 제니아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당신

며칠 전 새벽성당의 기도지향에 스승을 위한 기도가 있었다.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스승으로 불리는 모든 분들에게 혜안과 은총을 비는 내용이라서 말씀을 전하는 내가 보람을 느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선생님이 생각나는 스승의 날이다.

사모님은 전화할 때마다 고향에 내려오거든 당신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라고 강권하신다. 선생님의 빈자리를 애석해하시며 그나마 잘 이겨내시는 모습을 본다. 가장 예민하고 가장 중요한 때, 내게 영향을 주신 분. 여고 때 국어 선생님은 늘 말과 행동이 같았고 조용하되 울림이 있으셨다. 내가 서울로 올라와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어갈동안 서울에 오실 때마다 나에게 연락하셔서 차 한잔 같이 하셨다. 수많은 선생님과 같이 한 나의 전 생애. 많은 선생님에게 한없는 호의로 선입견을 품게 하셨던 분이다.

올해 나의 스승의 날 주인공은 사무관 시험 때 러닝메이트였던 선배다. 그에게 스승의 날 당일에 만남을 청한다. 차를 한 잔 사 드려야지. 큰 시장에 가서 내가 오늘 장만한 반찬을 챙겨 건네야지. 나의 오늘이 이렇게 좋은 이유는 그때 당신과 함께였다는걸 얘기해야지. 당신이 오늘 내 기념일의 주인공이라고 전해야겠다.

감사하고 소중한 날들이 간다.

00 선생님께

오늘 나의 기념일에

그대를 주인공으로 소환합니다.


그대를 생각하며

큰 시장에 다녀와

4지선다에 코박고를

잠시 미룬 오후 나절.


이리 좋은 지금의 나

그대와 함께였음을 기억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지만 마음을 버무린

작고 소박한 선물을

기꺼이 받아주시길.


오늘은 스승의 날

그대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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