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스쿨, 사진수업과 장수 사진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운 고운 자태의 새 한 마리를 하염없이 들여다본다.
나는 사진에 골몰해 있다. 머리와 등 쪽은 배는 날개와 꽁지깃은 목은 부리와 다리는…. 각기 다른 천연색의 조합으로 내 눈앞에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숨죽이고 기다린 어느 사진작가에게 포착되어 작품이 된 새 한 마리.
오늘은 캐논의 윤우석 강사님 카메라 수업이 있는 날이다. 이 교육계획서를 받아들었을 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요즘 카메라폰이 얼마나 좋은데 이것 하나면 다 된다고 들었는데, 실력이 늘어갈수록 점점 더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값도 비싸고 순간 포착을 위한 촬영기술까지 요구되는 사진 수업이라니. 하기야 왼손으로 카메라를 받쳐 든 겉모습이 멋지긴 하다.
하지만 오늘 아침 검은목청딱새 사진으로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를 실감한다. 한꺼번에 모든 걸 수긍하게 되었다.
나는 사진 찍히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단체 사진에 내가 들어가면 예쁘지 않은 것에 자격지심도 있다. 그러하니 자연스레 사진을 찍는 것도 어려웠고 일행이 공유한 사진에서 골라잡을 뿐이다.
공적 신분증 사진이 그나마 내가 가진 가장 잘 나온 사진이다.
생각 전환의 계기.
장수 사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고 김수미 선생님을 생각한다. 음식으로써 베풀기를 계속해온 터라 나 또한 따라 하기였던 그분은 이태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당신의 장수 사진을 찍어달라기에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분은 그 사진을 걸고 빈소에서 손님을 맞았다. 그후 장수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성당의 장례미사에 전례를 서는 건 떠난 자의 발자취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수를 다해 길게 늘어선 유족의 행렬이 보기 좋은 고인과 미처 완주하지 못한 젊은이의 죽음도 직면한다.
그때마다 난 영정사진을 본다. 젊은 아비는 주민증의 사진일 수도 있고 나이 든 어르신은 자녀의 폐백 사진일 수도 있으나 요즘엔 여건이 되면 연출사진을 찍어두기도 한다.
카메라 수업 후 오늘 우리는 장수 사진찍기에 참여했다. 촬영장소인 복지관 강당에 들어서며 각자가 분담한 분야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한다.그중에서 여성팀이 맡은 화장과 헤어파트는 전.중.후의 모습이 확연하게한다. 노노스쿨이 수행하는 여러 가지 봉사활동중 장수사진은 그 의미가 크다. 그것도 형편이 넉넉지 않은 지역이어서 더 요긴하다.
다분히 숙연하고 다소곳하며 수동적일 거라고 생각되는 복지관 강당은 우리의 예측이 빗나갔다. 들어서자마자 우리에게 나이를 맞춰보라며 당신의 전력을 자랑하시는 분도 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패널로서 대담을 전담한다는 분, 한복을 곱게 입고 신발까지 갖춰 입으신 분은 오늘 약속은 없지만 혼자서라도 찻집에 가겠노라고 했다. 어느 분은 작년에도 찍었는데 눈화장이 맘에 안 들어 다시 시도했다며 다섯 분이 거쳐 가는 동안 계속해서 눈썹 터치의 수정을 요청하신다. 결국은 속눈썹을 붙이는 것까지 완수하고 끝이 났는데 일을 모두 마친 후 가장 힘든 손님이었다는 평이다.
많이 바뀐 생각들. 과정을 즐기는 여유들. 그리고 당당히 행동하시는 분들과 오늘 하루도 나 스스로 보람있고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