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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노노 12화

노노, 강릉 풀밭감자이야기

by 제니아

풀밭감자 이야기

장맛비일까? 어젯밤 시작된 비가 고즈넉이 내리며 유리창 너머엔 우산을 둘러쓴 행인들의 행렬이 내려다 보인다. 요즘 시장에는 장마 전 농작물의 출하가 한창이다. 하지감자도 그렇다. 감자는 단순한 음식 재료를 넘어서 삶의 일부이다.

감자는 그 효용이 다양하다. 감자튀김 감자조림 감자전 감자탕…. 그중에 포근한 수미감자는 쪄먹으면 그만이다. 보통 포슬한 그 맛에 감자를 좋아한다. 휴게소의 알감자는 여행길 단연 인기 품목이다.

구황작물이라 하여 감자를 지겨워하거나 감자바우라하여 하대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나는 ‘감자바우’라는 말을 좋아한다.

‘감자밭을 일구는 억척스러운 농부’ ‘소박하고 든든한 강원도의 정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징’.

노노에서 다양한 감자요리를 배우면서 감자의 효능을 제대로 알게 됐다.

우리 음식 재료는 알면 알수록 그 맛과 영양, 그 재료의 쓰임이 남다르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싹이 난 감자가 자란다. 미처 다 먹지 못한 싹이 오른 감자를 쪼개어 심은 것이다.


강릉 풀밭 감자

올해도 강릉의 친척은 감자 농사가 수확기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풀밭 감자를 돌린 건 10여 년 전부터이다. 그 교장님은 감자를 좋아해 메일아이디를 영문 자판에 '네 감자'로 쓰시고 “이날 이때껏 덕분에 맛있는 감자를 먹게 된다”라는 답을 주신다. 처음엔 그분들께 한 상자씩 챙겨 보내던 것이 사오 년 전부터는 발송처가 스무 개 남짓 되었다. 성탄에 지인에게 카드를 돌리듯 나는 하지 무렵에 감자 상자를 돌린다. 더는 넣고 뺄 수 없는 필수요원들이다.

며칠 후에 도착하는 인증사진과 엄지척에 만족한다. 수신확인 후 그 친척에게 대금을 송금한다. 그분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또 한해 농사를 마무리한다며 감사해하신다.

올해는 노노 여생도들에게도 한 상자씩 돌리기로 한다. “굳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나의 오지랖은 이미 거기까지 닿아 수신처를 문의한다. 우리는 먹거리와 음식 재료에다 진심인것이다. 이 맛있는 풀밭 감자를 나누고자 하는 의미이다. 노노사무실로 배달시키는 건 후속 절차가 번거롭고 주소를 달라기엔 멋쩍지만, 반색하며 개인톡에 올려준다.


나눔. 나는 선물 대부분을 음식 재료로 한다. 오래전부터 달마다 월급의 일정부분을 덜어내어 보낼 곳을 물색하고 제철 음식으로 품목을 고른다. 식구가 몇인지, 연령대는 어떤지, 사모님이 솜씨가 좋은지, 배송일에 집에 있는지도 원재료와 완성품을 고르는 기준이다.

약속에 나가거나 집으로 불러 한 끼 대접할 때 들려 보낼 품목도 단연 먹거리이다. 약속이 잡히면 미리준비한다.


나의 작은 마음 씀이 대가 없이 오롯이 가 닿기를 기대하며 “내가 경제적 여건이 되고, 건강 능력이 되며, 받아줄 그대들이 있어.” 행복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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