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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노노 08화

노노, 토마스의집 봉사 1

by 제니아

노노스쿨, 토마스의집 봉사


어쩐지 오늘은 이른 하절기 우중충한 비 오는 날을 상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밝고 맑은 날이다. 새로 빨아 다린 앞치마와 로고 달린 조끼를 챙겨 도착지까지의 시간을 가늠하며 길을 나선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곳은 토마스의 집이다.

평소 홀몸 어르신들의 도시락 배달로 자신감이 붙은 우리는 직접 현장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의 다른 점을 기대하며 스무 명의 군단을 꾸렸다. 1호선 영등포역에서 신도림동 방향으로 150m에 있다.


이곳은 1993년 김종국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이 서교동 본당 주임일 때 설립한 나눔의 집인데 가난하고 소외된 행려자들에게 점심을 무료 제공하기 위해 ’사랑의 선교수도회가 급식소를 운영하던 자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고정지원, 후원회 없이 관심이 있는 기관과 개인의 후원과 몇몇 성당, 신심 단체 등의 지원, 일부 부 식자재는 기업·단체에서 후원을 받아 운영한다.


후원계좌 : SC은행(구. 제일은행) 376-20-266225 예금주 김종국 토마스의 집 (원장 신부님)


어젯밤, 미리 검색한 토마스의 집은 누추한 외관과 헐겁고 느슨한 대기행렬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묻어난다.


자존심 유지비 200원.

무료 급식을 계속하다가 2012년 7월 23일부터 자존심 유지비로 200원을 받기 시작했고 매일의 유지비는 모아서 명절 때 요긴한 선물을 구매하여 드린다고 한다. 200원의 쓰임이 놀라울 뿐이다. 자존감과 선물비.


쉼 없이 움직이는 봉사자들의 애정 어린 눈빛을 본다. 참된 사랑은 물질적인 나눔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나눔에 있다. 그리고 마음 나눔은 무엇보다 이웃을 비난하지 않는 것,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데 있다. 토마스 집의 모토는 이웃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고 그들의 기본적 필요와 바램을 알아 채워주는 섬세함과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나눔 현장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오시는 분이 많아 점심 드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가 없고, 주방도 협소하여 설거지 봉사를 하는 분들이 힘들다. 밥, 국 푸기 및 서빙 또한 잠시의 휴식할 시간도 없이 두 시간 동안 계속된다. 줄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수혜자들의 입장도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에 식사를 위한 대기시간등의 여건이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처음으로 임하는 밥 퍼 봉사의 날. 각자의 업무 분담으로 내가 배당받은 임무는 간식 나누기 이다. 식사를 마친 분에게 며칠 전 제과제빵 시간에 우리가 만든 단팥빵을 라면 한 봉지와 함께 나누어드린다. 마음을 다해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건넨다. 라면을 슬그머니 두고 가시는 분이 있어 이유를 물으니 라면을 끓일 여건이 되지 않는 분들이라고 하여 마음이 아팠다. 줄어들지 않는 줄과 다가오는 마감 시간으로 나름의 조바심이 나던 나와는 달리 마지막 간식까지 너끈히 맞춰내며 400여명의 인원을 소화하는 계획성에 놀란다. 밥을 드시지 못해 그냥 돌아가시는 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수요를 거의 감당하는 체계인 듯하다. 봉사자들과 수혜자들의 손이 동시에 멈춘다. 일제히 마무리 정리시간. 서로들 고생했다며 덕담을 건네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짜장 한 그릇으로 단체 점심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부가 건강하게 나란히 삼시세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만도 행운이며 감사하다는 걸 느낀 하루다.

부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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