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떡 지지기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며칠 전부터 어깨가 아파 무엇이 무리인가 싶어 CT를 찍었다. 자세가 좋지 않아, 책을 보느라 목이 아플 거라는 말씀과 함께 받아온 목운동 요가를 위해 거실에 앉는다.
기분 탓인지 한결 수월하다.
오늘 노노에서는 도시락 봉사 일이다. 우리 조는 고추장떡을 부친다. 한명숙 선생님과 처음 장떡을 배울 때는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넣는 부침개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반전. 아무런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깊은 맛이 저절로이다. 다만 오징어를 잘게 썰어 넣은 것과 양파를 얇게 썰어 넣은 것이 그 역할을 다할 뿐이다. 장식으로 취나물의 어린잎을 화전처럼 정성껏 표면에 얹을 뿐이다.
비를 맞아가며 도시락 배달에 나서는 마음이 고생스럽다기보다는 날씨에 맞춤한 음식이 담겨 간다는 것이 뿌듯하다. “오늘 도시락은 특별한 겁니다. 방금 요리해 온 겁니다.맛있게 드십시오.” 도시락을 받기 위해 빼곡이 문을 여는 할머니에게 말씀을 전하고 총총히 돌아오는 길. 생각보다 마음이 가볍다.
선생님의 다음 수업에 고추장 담기를 하신단다. 나는 '옳거니' 한다.
내가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조선간장을 품평해달라고 하자. 연도별로 덜어내어 선생님께 자랑해야지. “좋은 재료로 잘 담가졌다”를 기대하며 그날을 기다린다.
아. 오랜 가뭄 끝. 봄비가 내리는 날.
오늘은 고추장떡의 날이다. 이 부침개는 홀몸 어르신의 가정으로 배달되어 젊은 시절 아이들의 장떡을 손수 부치던 당신을 소환하겠지. 그 아이들은 이제 장년이 되어 할머니의 추억 속에 존재하겠지. 나도 오늘 저녁, 장떡을 부쳐 전통주 한잔해야겠다.
내가 원하던 삶이 이렇게 진행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