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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건강하자.

by 제니아

친구야 건강하자.

오전에 내린 비에 불어난 정릉천 쪽으로 친구의 단칸방 문이 열려있었다. 가기로 한 우리의 연락을 받고 길가로 난 방문을 열어두고 우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랜만이야! 그동안 소식을 몰랐는데 생각보다 괜찮구나.”


천변 물소리와 열린 방문과 다소 열악한 단칸방. 그리고 재주를 다해 놓인 탁자와 옷걸이 등. 그리고 묵주.

초등학교 동창들과는 봄이면 꽃놀이 여행을 떠나고, 가을이면 단풍길을 나서며 애경사 자리에도 서로 얼굴을 확인하며 지냈다. 같은 또래, 같은 추억을 가진 이들과 함께한다는 건 늘 든든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오랜 세월 소식이 끊긴 채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하다는 소문만 들려올 뿐, 거취를 알 수 없어 선뜻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전, 또 다른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 친구가 먼저 연락해 왔네. 아직은 보행이 불편하다지만, 우리 한번 가 보자.” 그 말에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내일 가자.” 오랜만에 손을 내밀어 준 그 마음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나는 부엌에 들어가 반찬을 몇 가지 마련했다. 전복죽을 끓이고, 노노에서 배운 콩나물 명란 순두부 국을 준비했다. 열무김치와 묵은지를 볶고, 가지와 호박을 소박하게 무쳐 담았다. 그리고 직접 담가둔 된장을 조금 덜어내어 작은 그릇에 담고 오이고추를 챙겼다. 친구의 손님맞이용으로 음료수도 챙겼다. 손수 만든 음식은 말로 다 하지 못할 내 마음을 대신 전해 줄 것 같아서이다.


오랜 세월 흘러간 거리를 거슬러, 다시금 우리의 인연이 이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아픈 몸으로 먼저 손을 내민 친구의 용기를 마음 깊이 새기며, 이제는 우리가 그의 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연은 때로 멀어지고 잊히는 듯하다가도, 이렇게 다시 이어질 힘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친구와 마주한 그 순간, 나는 그동안의 세월의 무게보다 더 큰 따뜻함을 느낀다.

마련해 간 것으로 셋이서 저녁을 챙겨 먹고 오래도록 얘기를 이어갔다. 많이 불편한 거동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짠하거나 낯설지 않고 정감이 갔다. 오래도록 놀다 가라고 부탁하는 친구를 뿌리칠 수 없어 어둑해지도록 머물렀다. 동문회 때 자전거를 휘황하게 꾸며 타고 나타나던 그 기억과 희미하게 내려앉는 어둠이 대비되어 다가왔다.

“친구, 다음 여행갈때는 꼭 회복해서 같이 가자. 찬조금 두둑이 챙겨서 나와라”

아주 중요한 건강 명언을 다시 새겨본다.

건강은 재산보다 값지고, 행복보다 먼저이며, 나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이어주는 토대이다.
이 말은 결국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가장 간결한 강조인 것이 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건강을 단순히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삶을 활기차게 살아가기 위한 기반'으로 강조한다.


“건강히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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