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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노노2 10화

노노, 방송대 기말시험

by 제니아

노노, 방송대 기말시험


그나마 다행이었다. 3층 자율학습실이 아니었다면 난 오늘 스타벅스를 세 군데쯤 돌아 줄 각오였다.


'밖에 눈 온다!'

온통 희끄무레한 오후 나절, 백여석이 넘어 보이는 314호의 좌석은 만석으로 열기는 후끈하다. 더구나 또래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나름 활기차다.

난 오늘 대부분의 오전 시간과 늦은 오후까지 이곳에서 지낼 것이다.

일곱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이번 학기에 리포트 하나가 부족한 결과가 나왔다. 이 과목을 어찌할까 고민한 끝에 특단의 대책을 생각해 냈다. 오전 집중 공부 후 오후 늦게 응시하는 것. 그것도 현장에서.


밖에는 눈이 온다는데 이러는 내가 온전히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내가 이곳에 적을 둔 시간만 스무 해 정도이고 지금도 시험에 진심인걸 보면 그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아무런 목적의식은 없다. 무심히 책을 보고 시험을 치른 후 다만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

내가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이른 나이에 학생이 아니라는것에 대한 아쉬움. 그 후 나는 평생 동안 집과 직장에서 편안한때는 늘 방송대와 함께하며 여섯 번째 졸업을 앞두고 있다.

늘 ‘이제는 그만하자’ 이지만 아무 일 없이 편안한 시간은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올해도 노노스쿨과 이 공부를 병행하면서 나름 부지런을 떨었다.


그동안 많이도 바뀐 규정들.

80년대 초, 처음 입학했을 땐 리포트 과제를 200자 원고지에 적어 10리 길을 걸어 나가 우체국에서 우송했고 그 성적표를 우편배달부가 집으로 가져왔었다. 동숭동은 내 우편물의 수·발신지였고 멀고도 먼 동경의 도시였다.

B4용지를 나눠준 뒤 주관식으로 답안을 써 내려갔던 기억. OMR은 그 후의 일이었다.

그 후 카세트테이프에 방송강의가 녹음되어 교재와 함께 배포됐었던 기억. 그 시절 라디오는 시험공부에 요긴했다.

동영상 강의를 생략한 채 객관식 시험을 준비해도 지금처럼 완결체크 기능이 없던 시절은 좋았다.(?)

태블릿을 이용해 기말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종이 시험지가 아닌 것에, 그리고 필기도구 없이 화면 위에 정답을 체크해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으나 그에 걸맞게 본인이 시험응시날짜를 지정할 수가 있다.

본인이 이수해야 할 과목을 위해 평일과 주말 등 원하는 날짜와 원하는 시간을 지정하면 이번 주에 네 과목, 그다음 주에 세 과목 이렇게 나눠서도 치를 수 있다.

스케줄 관리도 가능하고 분산해서 시험공부를 전략적으로 나눠할 수도 있다. 비슷한 과목을 함께 신청해서 랜덤의 문제에 대처할 수도 있고 어려운 과목 하나를 뒤로 빼서 집중해 준비할 수도 있다.


적어도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 학기를 마치면 ‘벗어나지 않고 또 잘 살아냈구나’ 하는 마음과 속도감 있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나도 동참하고 있구나 ‘하고 뿌듯해한다.

또 나이테 하나를 보탠 보람도 함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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