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만난 광평리의 메밀밭 풍경
코로나19로 인해 이래저래 올해의 반을 지쳐보낸 것 같은 피로감에 잠깐의 쉼표라도 찍고 싶어 떠난 제주여행.
하늘도 무심하지, 하필이면 역대 가장 빠른 여름 장마의 시작이 내가 제주에 도착한 날 부터라니…
그러나 애초에 휴식과 힐링을 목표로 한 여행길이었기에 그닥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우연히 마주한 놓칠 수 없는 자연과 풍경들 앞에 아무곳에서나 퍼질러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라산 아래 첫 마을 광평리.
일년에 두 번, 5월과 10월에 해발 500미터 한라산 중턱에선 하얗게 펼쳐진 메밀꽃이 진풍경을 이룬다.
다행히 여름 장마라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지는 않았고, 촉촉히 내리는 빗소리와 뿌옇게 바람따라 흐르는 산안개 덕분에 한창 꽃을 피운 메밀밭은 더욱 운치가 좋았다.
“제주에도 메밀이?”
대개가 그렇듯, 나 또한 ‘메밀’ 하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과 봉평의 메밀꽃축제, 그리고 메밀막국수를 떠올렸다.
이번 여행길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제주메밀은 전국 메밀 생산의 43%를 차지 할 정도로 재배면적은 물론 이모작이 가능하여 생산량도 전국 최대라 한다.
여행기간 내내 머물렀던 아주 작은 마을 광평리.
볼거리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향토 먹거리와 가공 제품들을 직접 생산하며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품으로 가꾸어지고 있는 마을이었다.
뜨거운 여름, 하얀 눈을 만나듯이
한라산 중턱에서 하얗게 이는 바다의 출렁임과 파도를 만나듯이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온갖 새들과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메밀꽃이 한가득인 메밀밭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그 자체로 힐링~
‘메밀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마을이라 하여 식당에 들어가 맛 본 메밀냉면의 맛은 그야 말로 최고라 할 수 있겠다.
슴슴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육수와 전통방식의 멧돌기계로 막 빻은 메밀가루로 반죽하여 뽑은 메밀향 그득한 면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어 입 안을 행복하게 한다.
전국 맛집 찾아다니는 평양냉면 매니아라면, 메밀밭 펼쳐진 한라산 중턱 광평리의 메밀냉면을 추천한다.
조용한 한 나절을 시간이 멈춘 듯 보내고 메밀밭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메밀그린라떼 한 잔과 한 장의 드로잉~
6월에 만난 광평리의 메밀밭 풍경.
10월 한라산의 가을과 이곳 한라산아래 첫마을 광평리의 메밀밭이 보여줄 또 다른 모습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