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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Nov 16. 2023

생리를 하면 귀여움이 사라질까?

7. 3월 17일  : 생리의 시작


3월 17일


 너무너무너무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드디어’가 아니라, ‘결국’ 생리가 왔다!  

나는 생리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생리통 때문에 아프다고 엉엉 우는 언니도 봤고, 

욕실 세면대 위나, 변기 뒤에 누워있는 시뻘건 생리대까지 봤다. 엄청 무서웠다! 

엄마는 나의 생리 소식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못마땅한데, 티 내면 안 되겠네!’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진짜 여자가 되었네! 우리 나나가...”      


 너무 뻔해서 엄마한테 실망했다. 진짜 여자라니, 지금까지 나는 가짜 여자였나? 

브라를 하는 것도 정말 끔찍한데, 이제 생리까지 하다니... 

5학년에게 생리와 브라는 솔직히 엄마의 표정처럼 아주 못마땅한 것들이다.      

저녁에 아빠가 케이크를 사가지고 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ZOO베이커리의 곰돌이 초콜릿 케이크다. 

생리 축하파티에 곰돌이 초콜릿 케이크라니. 

아빠 이게 어울려요? 


곰돌이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하는 내가 생리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끔찍한 거다. 

언니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언니의 생리통은 진짜 엄청나다.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가 생리를 안 했으면 우리 지수와 나나를 만나지 못했겠지? 

 그러니까 생리한테 고마워... 해야겠다.”


“엄마, 나나는 지금 5학년인데? 너무 먼 미래 아니야?”     


언니의 말이 뾰족하게 느껴졌다. 엄마가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나나가 축하를 받는 날이니까...”      


아빠의 표정은 ‘못마땅하다’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왠지 생일 케이크를 사가지고 올 때랑은 느낌이 달랐다. 

생리를 하면 내 ‘귀여움’이 사라지는 건가? 난 아직 귀엽고 싶다. 

어떻게 걸어야 할지, 어떻게 누워야 할지, 오늘 밤 침대에 누워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진짜 여자가 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내가 생리를 한다는 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이건 비밀이다!  

내 친구들은 생리를 할까? 수아도 생리를 할까? 왠지 모르게 어두컴컴했던 그 표정, 혹시 생리 때문이었나? 

모르겠다. 그보다는 내일 아침 학교까지 어떻게 걸어갈지가 나에겐 더 심각한 문제다.


진짜 이상한 게 있다. 그동안 엄청 많은 동화를 읽으며 분석한 건데, 

동화책 속 여자 아이들은 생리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는 거다.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애는 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 소녀의 이름은 '마거릿'

난 언니가 있어서 생리가 생각보다 멋진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내가 생리에 대해 어디선가 읽은 내용을 떠올려보면, 

생리는 나를 엄마로 만들어주는 멋진 거라는 거다. 

하지만, 나는 고작 5학년이고 아직은 엄마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생리 파티를 하긴 했지만, 곰돌이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내내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언니는 축하한다고 했지만 열두 살부터 시작한 생리를 엄마 나이가 되도록 해야 하다니!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 말을 분명히 들었다.  


그럭저럭 열두 살에 생리라니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다. 

드디어 내 인생이 특별해진 것인가? 앞으로 나나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오늘은 잘 그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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