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았다
이 꽃을 좀 보라고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시들어가는 꽃 앞에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 꽃에 대해
누구나 지나쳐 갔다
당연한 듯이
봄이면 푸릇푸릇 이쁜 빛깔 꽃이 너울대고
세상은 젊고 젊어서
사계절이 봄봄봄 봄인데
바보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만을
온종일 들으며
맨 등에 자주 꽃잎 물들까
돌아눕고 또다시
돌아눕다가
그립다고 말하지 않았다
누를 끼칠까 봐
간간히 새어 나오는 기침을 숨길 수 없어서
아, 가래도 힘겹게 뱉어냈을 뿐인데
어쩌나,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 남은 이의 번거로움을
늙음을 미안해해야 하는
안타까운 신세를
오늘만큼은
유년의 풋풋한 사진 대신
그 꽃의 평생이 담긴 아름다운 영정사진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