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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01. 2021

영정사진

아무도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았다

이 꽃을 좀 보라고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시들어가 꽃 앞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꽃에 대해

누구나 지나쳐 갔다

당연한 듯이

봄이면 푸릇푸릇 이쁜 빛깔 꽃이 너울대고

세상은 젊고 젊어서

사계절이 봄봄봄 봄인데

바보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만을

종일 들으며

맨 등에 자주 꽃잎 물들까

돌아눕고 또다시

돌아눕다가

그립다고 말하지 않았다

누를 끼칠까 봐

간간히 새어 나오는 기침을 숨길 수 없어서

, 가래도 힘겹게 뱉어냈을 뿐인데

어쩌나,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 남은 이의 번거로움을

늙음을 미안해해야 하는

안타까운 신세를

오늘만큼은

유년의 풋풋사진 대신

그 꽃의 평생이 담긴 아름다운 영정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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