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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Kim Apr 22. 2023

시동생 프랑크에게

결혼 축하해~

곱슬머리의 어린 청년.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너는 고3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었지. 로마였어. 벌써 20년 전이네.


나보다 8살이나 어렸던 네가 내 시동생이 될 거란 확신은 없었지만 의젓한 네가 좋았어. 아니 고등학생이 의젓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더라고. 귀여웠지. 그 의젓함 뒤에 개구쟁이 기질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도 해를 거듭할수록 알게 됐지.


인생에 확신할 수 있는 미래가 얼마나 많겠어. 주어진 인생에 최선을 다 할 뿐이지. 20년 전 로마에서 너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던 나는 결국 너의 형수가 되었고, 이번에는 런던에서의 결혼식에 함께하게 되었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지. 4살 때부터 드럼을 친 너의 세상엔 언제나 음악이 있었지. 고등학교를 마치고 가족들이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넌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를 시작했어. 일하며 공부하며 영국에서 학위도 마치고 결국 드러머가 되었지. 음악가의 삶이 쉽지 않은 건 전 세계 공통인 것 같더라. 주중엔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너를 보면 꿈의 힘이 얼마나 강한 지도 새삼 느껴져. 꿈을 좇는 아름다운 청년이 프랑크가 있더라. 쉽지 않은 일도 많았지만 네가 잘할 거라는 것, 아니 최선을 다 할 거라는 것 알고 있었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너의 독립심이, 모든지 열심히 하는 부지런함이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이 지금의 너를 있게 했겠지.


그거 알아? 네가 나에게 한국말로 ‘형수님’ 하고 부르면 난 너무 좋더라. 다른 문화에서 자랐어도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지.

따뜻했어.


오랫동안 함께 한 영국인 드니즈와 이젠 가족으로 출발하는 나의 시동생 프랑크. 우리에게 영국 가족을 선물해 주었네. 그러고 보니 너의 엄마, 즉 나의 시어머니도 한편으로 황당하시겠어. 첫째 며느리는 한국인, 둘째 며느리는 영국인. 셋째 딸의 남자친구는 프랑스인. 버라이어티 쇼도 이런 버라이어티 쇼가 없네.


아이를 좋아하는 네가 아이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드니즈와 진지하게 만날 때 난 사실 좀 걱정이 되었었어. 혹시 네가 여자친구 때문에 너에게 중요한 가치를 포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언젠가 네가 후회하게 될까 봐. 괜한 걱정이었나 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다 똑같지 않은데, 내 기준으로 너희를 판단한 거지. 여자 친구의 의견을 존중하는 네가 그로 인해 불행하지 않은데 타인인 내가 이러쿵저러쿵할 게 뭐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어. 자기 기준에 상대를 맞추려 하기보다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가는 네가 진짜 어른스럽다는 걸.


유럽에 살면서 유럽 가족들과 관계를 맺어 가면서 나의 세상 또한 많이 넓어졌어. 남들과 비교하고 비슷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보다 자기 기준에 맞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답게 사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었지. 자기답게 소신껏 살려고 하니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도 더 빨리하고. 성인이라고 다 어른은 아니잖아.


결혼식장에서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 행복이 넘쳐나 보기 좋았다. 함께한 오랜 시간만큼 두 사람이 잘 어울리더라. 다른 문화에서 자란 두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단단하게 가족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


관심을 가지고 애정으로 지켜볼게.


2023. 4. 8

형수님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얼굴이 젤 많이 가려진 사진으로 골랐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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