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by 김명구

*

민성이는 내 예상보다 더, 좋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나를 배려해 주었고, 장난으로라도 내 기분을 나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와 일이 있거나,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민성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편을 들어주었다.


“누난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러면서도, 나를 항상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민성이었기에, 난 걱정을 내려놓고, 내 감정의 온도를 높일수 있었다. 아주 뜨겁게 말이다.


“사랑해, 민성아.”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그러기를 바라게 되었다.


*

사귄 지 한 달쯤 지났을까, 난 민성이와 대학 근처에서 반 동거를 시작했다. 말이 동거일 뿐이지, 사실 통학 시간이 긴 나를 편히 학교에 다니게 하려는 민성이의 배려였다. 물론 부모님에겐 여러 핑계를 대며 거짓말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민성이가 밤이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받지 않았다.


-무슨 일 있는 거야? 보면 연락 줘.


이런 애가 아닌데... 무슨 일이 생긴 건가싶어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민성이가 갈 곳도 딱히 없었기에, 난 서둘러 겉옷을 챙겨입고 학교 주변을 둘러보며 민성이를 찾으러 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나서야, 집 근처 벤치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민성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민성!"


내 부름에 민성이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퉁퉁 불어있는 민성이의 눈가엔 아직 눈물이 고여있었다. 화가 났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너 여기서 뭐 해?"

"아, 잠깐 생각할 게 있었어. 미안해."

“너 지금 몇 시인지는 알아? 전화는 또 왜 이렇게 안 받아?”

"...미안해."

"...무슨 일 있어?"


민성이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엉엉 울면서 나를 품에 안았고, 꽤 시간이 흘러서야 민성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두달 뒤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집안에서 결정이 된 거라 자기가 어쩔 방법이 없다고.


오늘은, 우리가 만난지 두달 째 되는 날이었다.


문득 유트브에서 봤던 한 심리학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이별은 기상예보처럼 하는 거라고.

<오늘은 우리가 헤어지는 날이야, 잘 지내!>

이런 말은 절대 대뜸 통보하는 게 아니라고.


그런데, 가끔은 마른하늘에도 장대비가 쏟아지는 경우도 있다.


민성의 말은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언제 정해진 거야?"

"... 방금 전에."

"왜 그동안 말 안 했던 건데?"

"미안해.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민성이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학이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사안인가? 분명 나를 만나기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을 거다.

그 사실에 열이 받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나.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내가 어떻게든......"


그럼에도, 나는 민성이를 이해하고 싶었다. 분명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본인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겠지. 적어도 내가 만나왔던 민성이는 그랬을 것이다.

다만, 연애 때문에 유학을 못 간다는 건 너무 말도 안 된다.


"민성아. 너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나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


민성이가 다급하게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런데, 민성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되려 우리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누나......"


민성이는 어떻게든 사랑을 하려 할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하지만, 사랑만으로 극복하기엔, 우린 너무 어리고 불안정하다. 난 이 상황을, 앞으로의 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헤어지자. 그게 맞는 것 같아."


어쩔 수 없다면 누군가 결정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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