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by 김명구

지난겨울, 유독 쌀쌀했던 날. 친한 대학 동기에게 카톡이 왔다.


-나 헤어졌다. 술 산다.


사귈 때는 죽고 못 살 것처럼 굴더니, 결국 헤어졌구나.


술집에 도착하니, 동기 옆에 얼굴만 알던 후배가 앉아 내게 인사를 건넸다.


"선배, 안녕하세요!"

"어 안녕, 너가 이름이..."

"민성이요. 그, 과방에서 자주 인사드렸었는데."

"아~ 민성이. 1학년 중에 제일 잘생겼다는?"

"아닙니다!"


어색함도 잠시, 동기는 죽을 것 같다며 나와 민성이를 끌어안고는 엉엉 울었다. 난 F처럼 동기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 시간을 넘어가니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


난 동기를 민성이에게 맡기고, 급하게 가게 밖으로 나왔다. 찬 공기를 마시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서둘러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구름처럼 뭉쳤다가 사라졌다.


내 생각에 애인 사이라는 건... 딱 기간제 베프같은 느낌이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고, 겹치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그러다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존재. 애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함 때문에 느끼지 못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나와 만났던 애인들 모두 그랬다. 벌써 몇 명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남을 만든다는 건, 정말 부질없는 짓이다.

그때, 민성이가 싱글한 미소로 내 옆으로 와 컨디션을 건네며 말했다.


“피곤하시죠.”

"오 센스쟁이~ 고마워."


민성이는 내가 오기 전부터 시달렸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고, 나는 그 숨소리가 꽤나 고단해 보여 담배를 건넸다.

그런데, 민성이가 나를 보고는 말했다.


"아, 저 비흡연자예요."

"그래? 근데 왜 나왔어?"

"아, 선배한테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민성이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종종 연락 드려도 될까요?"

"갑자기?"

"사실... 입학 하고, 쭉 선배랑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아~ 진짜?"

"근데 지금 아니면 말씀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갑작스러운 민성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놈은 헤어졌다고 엉엉 울고 있는데, 다른 한 놈은 갑자기 플러팅 멘트를 뱉고 있다니. 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인가.


“민성아."

"네."

"너 내가 마음에 드니?"

"...네."


웃자고 던진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민성,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내 눈에 민성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키도 크고, 어깨도 직각에 넓고... 꽤 잘생긴 얼굴이었다.


"민성아."

"네?“


민성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고, 머리칼 사이로 민성이의 터질 것 같이 빨개진 볼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니 괜히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쟤 보내고 우리끼리 한잔할래?"

"...네?"

"한잔하고, 나도 너가 마음에 들면... 그때 연락하자. 어때?"


그리고, 난 그 술자리에서 민성이에게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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