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끝난 걸 나와 민성이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한껏 꾸민 옷은 땀범벅이 되었고, 기대하고 간 꽃구경에 꽃은 온데간데없었다. 심지어 가려 했던 호텔마저 날짜를 잘못 예약했다.
"내가 마지막이니까 봐준다."
"누나가 예약했거든?"
다행히 근처 싸구려 모텔에 방이 하나 남아있었다.
우린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고, 무더위에 또 한 번 땀을 빼고나서야 모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 먼저 씻는다?"
"네네, 그러세요."
모텔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난 옷을 벗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민성이가 나를 껴안고는 입술을 들이밀었다.
"씻고 하자. 누나 아까 땀 많이 흘려서 냄새나."
"그게 좋아서 이러는 거야."
"... 너 지금 상당히 변태같아."
"다~ 누나 작품이지."
내 작품이라... 맞다. 민성이는 원래 순수한 아이였다.
난 내 작품에 책임을 지기 위해, 에어컨을 18도로 맞춘 뒤 침대로 향했다.
"민성, 이리 와!"
"네, 주인님!"
민성이가 허물 벗듯 옷을 벗으며 침대로 뛰어들었다. 그러곤 내 옷을 벗기고는, 나를 한참을 보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난 그게 왠지 부끄러워 민성이를 꽉 끌어안았다. 민성이의 몸은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게 좋아?"
"그걸 질문이라고 해?"
민성이는 오늘따라 열심이었다. 온 힘을 관계에 다 쏟는 것 같으면서도, 시선은 항상 내 눈에 고정되어 있는, 꼭 마지막 섹스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민성아, 더 세게."
그때, 창밖에서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내 시선도 자연스럽게 창밖으로 향했고, 멀어지는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민성이가 내게 입을 맞추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우리는 그렇게 또 한껏 땀을 빼었고, 나는 그제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누나, 이쪽으로 와."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먼저 샤워를 마친 민성이는 자연스럽게 나를 화장대 앞 의자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드라이기를 들어, 내 머리를 말려주었다. 민성이의 손길은 부드럽고, 바람은 따듯했다.
“역시 잘 가르쳤어.”
“누나 만나기 전에도 이랬거든.”
참 사랑스러운 사람. 내가 민성이를 좋아했던 이유였다.
그런데, 거울 너머 보이는 민성이의 표정엔 많은 생각이 담긴 듯 보였다.
아마 너도 우리가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아까 너무 좋던데? 힘을 아주 아끼지 않아?”
나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민성이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그러자, 민성이는 헤벌쭉한 미소와 함께 가운을 벗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 오늘 열 번도 더 할 수 있어.”
난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두 볼을 꼬집어주었다. 그러곤 반쯤 벗은 민성이의 가운을 다시 입혀주며 말했다.
"우리 민성이, 힘 아껴야지."
"아 왜. 또 언제 할지도 모르는데."
"거기 가서 금발 누나들이랑 노는데 써야지~"
"... 진짜 꼭 말을 해도."
내 농담에 민성이가 단단히 삐져버렸다.
"장난이지~ 일루와 한 번 더 하게!"
민성이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고, 이불 속에선 민성이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해서 이불을 슬쩍 들어보았는데, 민성이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참 마음이 여린 아이다.
난 민성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민성이, 많이 서운했나?"
"그런 거 아니야."
"울지마. 우리 아무 일도 없잖아."
"아무 일도 없는 게 당연하지.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렇긴 하네."
민성이 말이 맞다.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 말에 생각이 많아져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민성이도 같은 곳을 보았다.
"뭔 비행기가 밤까지 다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
"이 밤에도 떠나는 사람이 있나 보지 뭐."
그 말에 민성이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는 말했다.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미안하단 말, 안 하기로 했으면서."
민성이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아무 사이가 아니게 된 건 모두 내 선택이었다.
*
두 달 전, 꽤 쌀쌀하던 날. 나는 민성이에게 말했었다.
"헤어지자. 그게 맞는 것 같아."